[한명숙 사건]핵심증거 신빙성 논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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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사건]핵심증거 신빙성 논란 계속
  • 변주리 기자
  • 승인 2011.01.18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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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차 공판, H사 경리부장 “장부의 ‘한’은 한명숙 지칭한 것 맞아”

[매일일보] H건설사 대표 한모씨로부터 9억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5차 공판에서는 검찰이 핵심증거로 내놓은 H건설 '채권회수목록' 장부의 신빙성과 휴대전화번호 저장 시점을 놓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검찰은 장부 속 '의원', '한', '5억' 등의 문구가 한 전 총리에게 자금이 건네졌음을 확인해 주는 것이라고 지목한 반면, 한씨는 "한 전 총리에게 어떤 불법자금도 준 적 없다"고 번복하며 "사실과 다른 내용이 많아 증거가치 없는 장부"라고 부인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우진) 심리로 17일 열린 공판에 증인으로 재출석한 H사 전 경리부장 정모씨는 "채권회수목록과 B장부(한씨의 비자금 장부)는 모두 내가 관리했으며 사실에 근거한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정씨는 "검찰 수사와 법정에서 한 진술들(3번에 걸쳐 3억씩 한 전 총리에게 전달한 것으로 안다)은 기억에 의존한 것이 아니라, 실제 발생한 것을 바탕으로 만든 이 장부들을 보고 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장부 상 '한'이나 '의원'을 한 전 총리로 여기게 된 경위와 관련, "한씨가 처음엔 자세히 말하지 않다가 재차 뜻을 묻자 (한 전 총리라고) 직접 말했다"며 "지금도 장부에 나와 있는 '의원' 등은 한 전 총리를 지칭한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변호인은 파일화 된 장부 곳곳에 손글씨로 추후 기재한 흔적이 있고 한씨의 결재가 상당부분 누락돼 있어 진위가 의심된다는 반론을 제기했다.

뒤이어 한씨가 한 전 총리의 휴대전화 번호를 언제부터 알게 됐는지 '시점'을 놓고 공방이 계속됐다.

한 전 총리 변호인은 "한씨 휴대전화에 2007년 8월21일 한 전 총리의 번호가 저장된 만큼, 같은해 3월부터 서로 휴대전화 번호를 알게 돼 수시로 자금을 주고받은 시점, 장소 등을 정했다는 검찰 측 주장은 논리적 모순"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에 검찰은 "2004년 한씨의 건물 일부를 한 전 총리 지역구 사무실로 싸게 임대해 주면서 서로 알게 됐고, 한 전 총리가 고마움의 표시로 식사자리에서 넥타이를 건넬 정도로 친분을 다져왔다"며 "이미 저장된 번호를 8월께 이름만 수정했다거나 다른 전화를 사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법정에서는 민주당 관계자들이 한씨에게 접근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민주당원으로 근무했던 김모 변호사가 피고인도 아닌 한씨의 변호사로 선임됐는데, 한씨는 민주당이 보낸 사람으로 알고 있더라"며 "지난 6일 김 변호사가 한씨를 접견한 바로 다음날 한씨의 불출석 사유서가 제출되는 등의 정황을 볼 때 외부세력이 끊임없이 접촉하고 있다는 의심이 들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인(한 전 총리)과 관계있는 사람들이 부당하게 이 사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김 변호사와 한 전 총리가 무슨 관계인지 나중에라도 소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한 전 총리는 "(김 변호사는)나와 아무 상관없으며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고 즉각 반박했다. 한 전 총리 변호인도 "민주당 관련자면 모두 한 전 총리와 상관있다는 거냐"며 "근거없는 말들"이라고 일축했다.

내달 7일 열리는 공판에 한씨와 대질신문 차 세번째 출석예정인 정씨를 둘러싸고 검찰과 변호인의 '네 탓 신경전'도 이어졌다.

검찰은 "변호인단이 증인신문에 제대로 응하지 않은 채 충분히 증언한 정씨를 거듭 법정에 세우는 것은 부당하다"며 "한 전 총리에 대한 계좌추적과 H사 장부 등이 명확히 일치하는 상황에서 정씨 소환이 왜 더 필요한 것인지 모르겠다. 명확한 흠집내기 재판"이라고 쏘아붙였다.

변호인 측은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진행되는 재판인데, 증인에게 애걸복걸하는 모습으로 법정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받아쳤다.

한 전 총리는 2007년 3~9월동안 한씨로부터 정치지원금 명목으로 현금과 달러, 수표 등 9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한 전 총리의 최측근 김씨는 2007년 2~11월 한씨로부터 사무실 운영 및 대통령 후보 경선 지원 명목으로 9500만원을 받고 버스와 승용차, 신용카드 등도 무상제공 받아 사용한 혐의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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