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 공판, H사 경리부장 “장부의 ‘한’은 한명숙 지칭한 것 맞아”
[매일일보] H건설사 대표 한모씨로부터 9억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5차 공판에서는 검찰이 핵심증거로 내놓은 H건설 '채권회수목록' 장부의 신빙성과 휴대전화번호 저장 시점을 놓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우진) 심리로 17일 열린 공판에 증인으로 재출석한 H사 전 경리부장 정모씨는 "채권회수목록과 B장부(한씨의 비자금 장부)는 모두 내가 관리했으며 사실에 근거한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정씨는 "검찰 수사와 법정에서 한 진술들(3번에 걸쳐 3억씩 한 전 총리에게 전달한 것으로 안다)은 기억에 의존한 것이 아니라, 실제 발생한 것을 바탕으로 만든 이 장부들을 보고 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장부 상 '한'이나 '의원'을 한 전 총리로 여기게 된 경위와 관련, "한씨가 처음엔 자세히 말하지 않다가 재차 뜻을 묻자 (한 전 총리라고) 직접 말했다"며 "지금도 장부에 나와 있는 '의원' 등은 한 전 총리를 지칭한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변호인은 파일화 된 장부 곳곳에 손글씨로 추후 기재한 흔적이 있고 한씨의 결재가 상당부분 누락돼 있어 진위가 의심된다는 반론을 제기했다.
뒤이어 한씨가 한 전 총리의 휴대전화 번호를 언제부터 알게 됐는지 '시점'을 놓고 공방이 계속됐다.
한 전 총리 변호인은 "한씨 휴대전화에 2007년 8월21일 한 전 총리의 번호가 저장된 만큼, 같은해 3월부터 서로 휴대전화 번호를 알게 돼 수시로 자금을 주고받은 시점, 장소 등을 정했다는 검찰 측 주장은 논리적 모순"이라고 날을 세웠다.
한편 이날 법정에서는 민주당 관계자들이 한씨에게 접근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민주당원으로 근무했던 김모 변호사가 피고인도 아닌 한씨의 변호사로 선임됐는데, 한씨는 민주당이 보낸 사람으로 알고 있더라"며 "지난 6일 김 변호사가 한씨를 접견한 바로 다음날 한씨의 불출석 사유서가 제출되는 등의 정황을 볼 때 외부세력이 끊임없이 접촉하고 있다는 의심이 들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인(한 전 총리)과 관계있는 사람들이 부당하게 이 사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김 변호사와 한 전 총리가 무슨 관계인지 나중에라도 소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한 전 총리는 "(김 변호사는)나와 아무 상관없으며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고 즉각 반박했다. 한 전 총리 변호인도 "민주당 관련자면 모두 한 전 총리와 상관있다는 거냐"며 "근거없는 말들"이라고 일축했다.
내달 7일 열리는 공판에 한씨와 대질신문 차 세번째 출석예정인 정씨를 둘러싸고 검찰과 변호인의 '네 탓 신경전'도 이어졌다.
검찰은 "변호인단이 증인신문에 제대로 응하지 않은 채 충분히 증언한 정씨를 거듭 법정에 세우는 것은 부당하다"며 "한 전 총리에 대한 계좌추적과 H사 장부 등이 명확히 일치하는 상황에서 정씨 소환이 왜 더 필요한 것인지 모르겠다. 명확한 흠집내기 재판"이라고 쏘아붙였다.
변호인 측은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진행되는 재판인데, 증인에게 애걸복걸하는 모습으로 법정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받아쳤다.
한 전 총리는 2007년 3~9월동안 한씨로부터 정치지원금 명목으로 현금과 달러, 수표 등 9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한 전 총리의 최측근 김씨는 2007년 2~11월 한씨로부터 사무실 운영 및 대통령 후보 경선 지원 명목으로 9500만원을 받고 버스와 승용차, 신용카드 등도 무상제공 받아 사용한 혐의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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