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수진 기자] IBK기업은행이 최근 무기계약직(준정규직) 직원 3300여명에 대해 올해 상반기 정규직 전환 계획을 밝히면서 시중은행들이 기업은행 향후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김도진 행장이 무기계약직에 이어 파견 및 용역직에 대해서도 정규직 전환 가능성을 밝혔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은행이 파견·용역직에 대해서도 정규직 전환을 실시할 경우 시중은행들이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 노사는 지난 2일 서울 중구 을지로 본점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준정규직 직원 3300여명을 올해 상반기(1∼6월)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한 내용을 담은 ‘준정규직의 처우 개선을 위한 노사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현재 기업은행의 무기계약직은 약 3300명으로 창구텔러, 사무 지원, 전화 상담 등의 일을 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9월 노·사·전문가 협의기구를 구성하고 파견직 정규직화 논의에 들어갔다. 파견직 정규직화 논의는 은행권에서 IBK기업은행이 처음으로 추진했다. 기업은행의 파견직 규모는 1323명(6월말 기준)이다. 이는 앞으로 2년 이상 지속되는 상시업무를 담당하는 파견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랐다.
김 행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파견용역직은 협의 기구를 만들어서 논의 중”이라며 “별도로 자회사를 설립해 자회사의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기업은행이 무기계약직에 이어 파견·용역직에 대해 정규직 전환 작업에 들어가면서 시중은행들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 모양새다. 이미 비정규직에 대한 전환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파견·용역직까지 전환할 경우 떠안는 부담이 높을 수밖에 없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6월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직원 외 인원은 KB국민은행 2362명, 신한은행 2093, KEB하나은행 2013명, 우리은행 1850명 등이다. 직원 외 인원은 대개 용역업체와 계약을 통해 은행에 파견근무 하는 노동자로 주로 청원경찰, 청소원, 운전기사, 안내원, 콜센터 상담직원 등이다.
우리은행이 2007년 은행권 최초로 노사합의를 통해 30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이후 신한은행,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등도 동참해 최대 30%까지 높았던 비정규직 비율이 한자리 수준까지 낮춰졌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파견 및 용역직에 대해 정규직 전환을 진행할 경우 시중은행들이 상당한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주의 깊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비용절감 차원에서 파견 및 용역직에 대해 ‘아웃소싱’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아울러 단순히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보단 금융업 특성을 고려한 채용제도 개선 등을 진행해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웃소싱도 고용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며 “창구직원, 외환딜러, 영업직 등 직군별 채용 방식을 도입해 임금 및 복지에 대한 제도를 확립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권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어느 정도 이뤄진 상태다. 우리은행은 2007년 3076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신한은행도 2011~2013년에 걸쳐 2300명의 창구담당 직원을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KB국민은행은 2014년 무기계약직이던 텔러 4200명을, 하나은행은 2015년 외환은행과 통합 후 313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