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탄핵 이후 근 1년이 흘렀다. 대통령선거를 치렀고 여야가 바뀌었다. 시간이 제법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보수의 지지율은 회복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최근 미국의 대북 강경 입장과 정부의 유화 입장의 차이를 이용, ‘전술핵 재배치’ 등을 주장하였으나, 최근 올림픽 관련 대화와 트럼프의 지지로 그마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당은 정부의 실책을 기대지만 정부의 실책이 야당의 기회가 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야당 대표가 정부를 비판하면 너나 잘하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그리고 반나절 만에 그 비판이 잘못됐다는 ‘사실검증’이 댓글에 줄을 이루고 저녁 뉴스에 발언의 주인은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현상은 일종의 놀이가 되어버린 상황이다.
야당 대표는 놀림의 대상이 되었다. 이렇듯 최근의 실책은 정부 여당이 아니라 야당이 더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은 대응방법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로부터 비판을 받는 엄마부대 대표를 당에 영입하는 등 댓글을 독려하지만 중과부적이다. 적폐청산을 정치탄압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들만의 외침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한국의 보수가 위기를 겪고 있는 이유로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실정부터 미국의 쇠퇴까지 국내외적인 다양한 요인들이 제기됐다. 강신준 동아대 교수는 “전후 국민국가의 성장과 제국(미국)의 쇠퇴에 따른 매판적 성격의 이념적 토대가 와해했고 공동체 자산의 사적 편취와 경제적 양극화로 인해 보수는 국민 대중과의 적대적 관계가 됐다”고 지적했다. 강정인 서강대 교수는 “한국의 보수는 남북분단에 기대어 반공, 반북 및 종북에 기초한 안보이데올로기로 국민의 지지를 결집하려는 타성에 의존하고 있다”고 위기를 설명했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보수를 지탱해오던 이데올로기는 즉 ‘안보’와 ‘경제’ 였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무능했다. 의심을 받아 왔던 유능한 보수라는 신화는 완벽하게 깨져 나갔다. 최순실의 국정 농단은 국가라는 공적 기구가 어떻게 사유화되었는지를 보여주었다. 이것이 보수 몰락의 방아쇠였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거 차떼기 사태에도 위기의 보수는 부활했지만, 지금은 그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당시에는 당사를 팔아 국가에 헌납하고 천막당사를 차렸다. 회초리 TV 광고를 내보내며 잘못을 구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보수당은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있다. 결과도 없는 지루한 친박청산을 위한 당내 싸움만 계속했을 뿐이다. 잘못을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지 않는데 어떻게 국민들이 용서하기를 바라는가? 다만 시간이 흘러 잊히기만을 바라는 모양이다. 이래서는 희망이 없다.
지방선거는 여당의 ‘지역발전론’과 야당의 ‘정권심판론’의 싸움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야당의 ‘정권심판론’이 힘을 발휘할지는 미지수이다. 지금으로서는 대부분 지역에서 여당의 승리가 전망되고 있다. ‘정권심판론’을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뼈를 깎는 고통으로 잘못을 반성해야 기회가 생긴다.
어쩌면 중앙정치와 무관한 지역 정치인이 가장 큰 피해자일지도 모른다. 그저 지역발전을 위해, 적화통일을 반대하기 위해 순수한 마음으로 당을 지켜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역 정치인들도 반성해야 한다. 무능한 실체를 감추고 지금까지 그저 당의 지지도에 기대어 정치를 해왔음을 반성해야 한다. 지킬 수도 없는 공약을 남발하고 고용효과도 없는 산업단지 유치를 공약하는 등 제대로 공부하지 않고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음을 고백해야 한다. 그저 계파에 줄을 대어 공천을 받으려는 구태를 반성하고 벗어나야 한다.
결과적으로 시민의 뜻을 반영하지 못한 집단에너지시설 건설 과정을 반성해야 한다. 시민들의 반발을 예상 못했으면 무능한 것이고, 필요하다고 믿었으면 시민을 향해 끝까지 설득했어야 했다. 필자가 기고와 인터뷰 등을 통해 집단에너지 시설의 실체를 냉정하게 알릴 때, 그리고 그나마 실현 가능한 공약을 제시했을 때 지역 정치인들이 침묵했음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막지 못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반드시 막아내겠다는 무책임한 공약도 마찬가지로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철도를 유치할 구체적인 방안도 없으면서 무조건 조기착공을 주장하던 구태도 반성해야 할 것이다. 이제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을 책임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 새로운 희망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안에 제대로 된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이것이 지역 정치인이 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반성이다.
이런 과정이 있어야 보수에 희망이 있다. 5개월 후 지방선거에서 제대로 된 보수 부활의 시작이 포천에서 시작되기를 기원해본다.
이흥구 포천시 철도유치위원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