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방문한 한국 특사단의 5시간 외교 드라마
[매일일보 김나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만남 요청을 수락했다. 19년 전 클린턴 행정부의 ‘페리 프로세스’ 이후 불발됐던 북미 정상회담이 사상 처음 성사될 것으로 기대된다.8일(이하 현지시간)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특별사절단과 문재인 대통령의 좋은 말씀에 대단히 감사해 한다”며 김 위원장의 만남 요청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추후 (북미 정상회담의) 장소와 시간을 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샌더스 대변인은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를 기대하고 있으며 다만 북한에 대한 모든 제재와 압박은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이에 앞서 이날 오후 7시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백악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을 가능한 조기에 만나고 싶어 한다는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했다”며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항구적인 비핵화 달성을 위해 김 위원장과 올해 5월 이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청와대에 따르면 정 실장은 이날 서훈 국정원장 등 특사단을 이끌고 오전 9시50분께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 오후 2시25분께 백악관에 도착했다. 직후 정 실장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서 원장은 지나 하스펠 CIA 부국장을 각각 만나 30분가량 면담한 뒤 다시 네 사람이 모여 1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다. 이후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댄 코츠 국가정보국장, 존 설리번 국무부 부장관 등 미측 각료들이 가세해 정 실장 등 우리 측의 방북결과 브리핑을 들었다.이 브리핑은 1시간가량 예정됐으나 도중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빨리 만나자”는 전갈이 도착, 45분만에 중단됐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산을 포함한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각각 25%와 10%의 안보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직후였다. 이에 정 실장은 오후 4시15분부터 대통령 집무실에서 45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만났다. 여기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매티스 장관, 코츠 국장,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 맥매스터 보좌관, 설리번 부장관, 하스펠 부국장 등 12∼13명이 배석했다. 우리 측에서는 정 실장 외에 서 원장과 조윤제 주미대사가 배석했다.이 자리에서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얘기를 나누면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김 위원장의 말을 전했다. 이어 “김 위원장을 만나보니 솔직히 얘기하고 진정성이 느껴졌다. 물론 과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게 조심해야 하지만 김 위원장에 대한 우리 판단을 미국이 받아주고 이번 기회 놓치지 말았으면 좋겠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가능한 조기에 만나고 싶다고 한다”고 했다. 정 실장은 또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전달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