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통상 갈등, 韓中FTA 협상에 영향 제한적”
[매일일보 변효선 기자]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물렸다. 최근 한국은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서비스·투자 후속협상을 진행했다. 미국과는 철강 관세를 두고 한 바탕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한국산 철강 관세 부과, 잠정 유예’라는 미국의 발표에 한 숨 돌릴 틈도 없이, 다시 한국은 철강 관세 면제와 연계된 한미FTA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부터 23일까지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중국과의 FTA 서비스·투자 제1차 후속협상에는 김영삼 산업부 무역투자실장, 왕셔우원(王受文) 상무부 부부장이 각각 대표로 양국 정부부처 관계자들과 함께 참석했다.
이번 1차 후속협상에서는 향후 협상의 기본원칙, 적용범위, 협상구조‧시기 등을 중점적으로 협의했다. 아울러 서비스·투자 관련 법제 및 정책과 상호 관심분야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번 협상에서 중국은 무척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왕 부부장은 “보호무역주의 추세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동아시아 주요 경제 국가인 한국과 중국이 시장 개방 노력을 대외에 표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양국이 협력해 보호무역주의에 대항, 자유무역을 지지하고 무역을 성장 동력으로 삼아 세계에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왕 부부장은 “중국이 네거티브 방식으로 FTA 협상을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는 시장 개방을 위해 포괄적이고 심화된 규제 개혁을 추구하려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같은 중국의 태도를 두고 일각에서는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 점차 가시화되면서 위기감을 느낀 중국이 대외협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튼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한국의 입장에서는 중국의 이 같은 적극적인 협력 요청을 마냥 반갑게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G2간 무역 전쟁이 노골화되는 가운데 섣불리 중국과 가까워지는 액션을 취했다가는 미국과의 사이가 자칫 틀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미 미국은 반중(反中) 무역전선을 구축하려는 모습까지 내보인 상태다. 실제로 최근 미국은 反中무역동맹에 동참한 국가에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면제해주겠다는 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중 갈등이 한중FTA 협상 자체에는 영향을 크게 주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만 산업부 동아시아FTA추진기획단 과장은 매일일보와의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한중FTA는 이미 협정문에 2년 뒤 후속협상을 진행, 서비스‧투자 부문의 자유화를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되는 것이 반영돼 있다”며 “중국과 합의한 대로 스케줄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미중 갈등 등 외부 변수가 한중FTA 협상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중 양국은 2015년 당시 한중FTA에서 제한적(포지티브) 방식으로 서비스‧투자 시장을 개방하고, 이후 보다 높은 수준의 자유화를 목표로 하는 네거티브 방식의 후속협상을 발효 2년 내 개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