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근우 기자] 몇 년사이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수입자동차가 상당히 많아진걸 느낀다.
실제로 수입차 판매는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올 들어선 국산·수입차 브랜드간 내수 시장 판매 순위도 엎치락 뒤치락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1·2위를 차지하고 쌍용자동차가 3위다. 이후부턴 메르세데스-벤츠, 르노삼성자동차, 한국GM 순서다. 단순히 BMW 하나만 놓고 보면 7위긴 하지만 같은 계열 브랜드인 미니까지 더하면 실질적인 5위다.
지난달 신규등록된 수입차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6% 증가한 총 2만6402대다. 이는 2015년 12월 기록한 월간 기준 최대 판매량(2만4366대)을 경신한 것이다. 올 1분기 누적 대수는 6만7405대로 전년동기(5만4966대) 대비 22.6% 상승했다.
반면 국산차 업체의 올 1분기 판매는 191만673대로 전년(195만5546대)보다 2.3% 줄었고 계속된 하락세로 위기라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더욱 재밌는건 1억원이 넘는 고가 수입차 판매가 지난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 등록된 수입차 23만3088대 중 가격(출시가 기준)이 1억원 이상인 차량이 2만3821대(10.2%)로 전년(1만9660대) 대비 21% 늘었다.
KAIDA 측은 수입차 신규등록 대수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많은 판매량이라고 설명했다. 마세라티, 페라리 등 일부 고급 수입차 브랜드들이 집계에서 빠진 것을 고려하면 실제 판매량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각 브랜드별로 할인 마케팅을 펼치며 진입 장벽이 낮아진 덕분이라고 하는 이들도 있지만 실상은 정말 그럴까 의문이 든다.
지독한 취업난으로 청년 백수가 늘고, 그나마 취업 일선에 뛰어든 20~30대도 월 200만원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희망과 꿈을 포기한 세대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활 수준은 과거에 비해 많이 높아졌다. 해외 여행도 틈틈이 가고 각종 문화·여가 활동도 하러 다니다 보니 국산차보단 수입차에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다.
할부가 됐든, 전·월세를 살든,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떼워가며 무리하게 저축을 하든 수입차를 살려면 살 수는 있다. 목표로 설정하면 어느정도 성취가 가능하다는 소리다.
어머니·아버지 때만 하더라도 돈 한푼없이 결혼 생활을 시작해도 둘이 합쳐 벌면 집 사서 아들·딸 낳고 살 수 있었다고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금 청년들은 서울에 집을 마련하려면 적어도 수억원, 심하면 수십억원이 드는 세상에 살고 있다. 집을 산다는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술자리에선 “집을 어떻게 사냐 물려 받는거지”라는 농담과 조롱 섞인 얘기가 오갈 정도다.
기성 세대들은 2030세대들이 집 살 돈이 없어 월세나 사는 주제에 수입차를 산다고 욕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수입차는 구매 가능성이 있지 않은가 라고 반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