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제일모직, 우리 신성장사업 영업비밀 빼가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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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제일모직, 우리 신성장사업 영업비밀 빼가지 말아라"
  • 이한듬 기자
  • 승인 2011.07.12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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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코오롱그룹(회장 이웅열)이 제일모직(사장 황백)에 단단히 화가났다. 그간 코오롱이 꽁꽁 감춰왔던 ‘수(水)처리 사업’ 관련 비밀이 제일모직에 노출될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사연인 즉, 코오롱의 수처리 사업 분야에서 근무하던 일부 연구원과 영업직원들이 경쟁사인 제일모직으로 이직을 했다. 더욱이 제일모직이 수처리 사업에 뛰어든 시점이 하필이면 해당 직원들의 이직 시기와 맞물려 있어 코오롱은 떨쳐 버릴수가 없다. 고심하던 코오롱은 결국 제일모직과 이직 직원들을 상대로 지난 3월 ‘영업비밀 침해금지 및 전직 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하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코오롱은 다시 같은 건으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 결코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 코오롱 이웅열 회장(왼쪽)과 제일모직 황백 사장(오른쪽)
코오롱 수처리 관련 사업 분야 근무하던 일부직원 제일모직으로 이직
제일모직 수처리 사업시작 시점과 맞물려 있어 ‘영업비밀 유출’ 의심

코오롱 수처리 관련 사업 분야 근무하던 일부직원 제일모직으로 이직 제일모직 수처리 사업시작 시점과 맞물려 있어 ‘영업비밀 유출’ 의심최근 서울중앙지법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코오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코오롱환경서비스는 제일모직과 이 회사로 이직한 최모(39)씨 등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이달 1일 제기했다.

“영업비밀 침해당했다”

코오롱 측 소장에 따르면 제일모직으로 이직한 최씨 등 3명은 지난 1996년에서 2005년 사이 코오롱에 입사, 각각 차세대 신성장동력인 수처리 사업과 관련된 멤브레인 필터 개발 연구원과 멤브레인 응용 연구원, 영업직원으로 근무해 왔다. 하지만 이들은 지난 2008년 3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코오롱을 퇴사해 제일모직으로 이직했다. 이후 해당 직원들이 제일모직의 동종사업 분야에 근무하게 되면서 코오롱의 수처리 사업관련 영업비밀이 침해당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최씨 등 연구원 2명은 코오롱의 멤브레인 필터 및 관련 기기들의 제조기술과 노하우를, 영업직원 윤모(46)씨는 가격정보와 생산 조직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다. 더욱이 제일모직은 지난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수처리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공교롭게도 그 시점이 직원들의 이직시기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코오롱의 의심이 깊어지고 있다.

민감한 반응 보이는 이유는

코오롱이 소송을 제기할 정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수처리 사업이 이 회사의 중요한 신성장동력원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번 소송의 주체인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패션과 화학분야, 태양광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하지만 패션사업 시장이 2008년 세계적인 경기침체 이후로 위기를 겪게 되면서 패션을 제외한 화학, 태양광, 고부가 필름 사업 등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 5월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된 코오롱인더스트리의 1분기 영업이익은 1,16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49%나 늘어났다. 패션산업의 정체에도 불구하고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이 같은 실적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패션·의류소재 등 전통 주력 사업이 아닌 다른 분야의 사업에서 큰 실적을 올렸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연구·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수처리 사업 역시 전통주력 사업을 대체해 향후 큰 영업적 이익이 기대되는 고부가가치 신성장동력원이다. 더욱이 코오롱이 현재 제일모직과 이직 직원들을 상대로 문제 삼고 있는 ‘멤브레인’ 기술은 특정성분을 선택적으로 통과시켜 혼합물을 분리할 수 있는 막을 개발·생산하는 기술로,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미 대규모 상하수도 처리용 멤브레인 ‘클린필-S’를 개발해 정수장 사업 등에 참여한 상태이다. 코오롱이 수처리 사업 분야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그룹 전체의 사업 현황에서도 잘 나타난다. 지난 2007년 환경시설관리공사를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수처리 사업에 뛰어든 코오롱은, 현재 전국 50개 사업소와 600여 개의 수처리 시설을 운영하고 중국 수처리 시장에 진출하는 등 사업 비중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이웅열 회장 역시 그룹의 또 다른 수처리 계열사인 코오롱워터텍의 지분을 79.51%까지 늘리는 등 그룹차원에서 수처리 사업에 지대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 때문에 코오롱이 이번 사안을 법정싸움으로 옮겨갈 정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제일모직 “아무런 문제 없다”

현재 코오롱이 크게 우려하는 부분은 자사의 수처리 사업 관련 핵심 기술이 후발주자인 제일모직으로 옮겨질 수 있다는 점이다. 코오롱 관계자는 “멤브레인 사업 관련 분야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퇴사후 제일모직으로 이직했는데 동종사업 이직시 관례적으로 행하던 유예기간을 지키지 않고 바로 이직한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며 “영업비밀 유출이 의심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의 설명대로 산업 분야에서는 동종업계로 이직시 일정기간 유예를 두고 있다. 영업비밀 침해를 우려한 까닭이다. 물론 동종업계 이직금지 기간이 법률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휴대폰업계나 군수업계 등 다른 산업 분야에서 같은 문제로 마찰이 생길 경우 법원은 보통 1년에서 2년 정도의 이직 유예기간을 인정해주는 판시를 내릴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제일모직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코오롱이 지난 3월 제일모직을 상대로 같은 건으로 영업비밀 침해 금지 및 전직 금지 가처분신청을 냈지만 기각된 바 있기 때문이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직원들의 이직과정이나 우리의 수처리 사업 추진에는 코오롱의 영업비밀을 침해할 만한 문제가 없다”라며 “이미 법원이 코오롱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그 근거에 따라 적절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코오롱이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받으려면 해당기술에 대한 경제적 유용성, 비밀관리성, 비공지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코오롱이 향후 어떤 비책으로 회사의 수처리 사업 기술을 지켜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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