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는 "손으로 목을 조를 경우 사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는 피고인이 출산을 한 달 남은 아내를 손으로 목을 졸라 사망케 해 태아까지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피고인은 그럼에도 자신의 범행을 뉘우치거나 반성하지 않고 사건현장을 서둘러 떠나 알리바이를 만들려고 하고, 자신에게 걸려온 전화를 의도적으로 피한 점 등을 고려해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법정에서 얼마전까지 아내였던 피해자에 대한 애도를 보기 힘들고 오로지 자신에 대한 방어에만 몰두하고 합리성이 결여된 변명만으로만 일관한 채 범행을 부인한 것을 고려했다"면서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는 보이지 않고 전문의 시험 불합격 가능성으로 예민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여 검찰이 구형한 무기징역은 무겁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또 이번 사건의 쟁점이었던 사망원인에 대해 "이 사건 욕조의 구조나 재질, 피해자의 상처나 자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피해자가 이상자세에 의한 질식사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목부위에 물리적인 충격이 가해졌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피해자의 목부위 출혈은 이상자세에 의한 질식사의 과정에서 우연히 발생한 출혈로 보기 어렵고 목부위에 의도적인 외력이 가해져 발생한 출혈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망시각에 대해서는 "사망추정 시각은 오차범위 등을 고려하면 오전 6시41분 이전과 이후가 모두 포함될 수 있다"며 "사건 당일 피고인의 행적과 증인들의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피고인이 집을 나간 시점인 오전 6시41분 이전에 액사당했다고 충분히 인정된다. 제3자에 의한 범행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백씨는 지난 1월14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 자택에서 출산을 한달 앞 둔 부인 박모(29)씨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앞서 검찰은 백씨에 대해 "자신을 가장 사랑한 하나 밖에 없는 아내를 살해하고 태중의 아이까지 죽게 해 중형이 선고돼야 마땅하다"며 무기징역을 구형한 바 있다.
피해자의 아버지 박모(59)씨는 재판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형량이 적게 나와 불만스럽다"며 "어떤 판결이 나오더라도 딸과 사위, 손자를 모두 잃어 저한테는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딸에게)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20년 이상을 키워온 아비로서 딸을 지키지 못해 정신공황상태고…"라며 말을 잊지 못했다.
한편 백씨의 변호인측은 "항소심에서 모든 진실을 밝히겠다"며 항소할 뜻을 내비쳤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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