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다시 불붙은 채용비리 논란에 ‘살얼음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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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다시 불붙은 채용비리 논란에 ‘살얼음판’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8.10.29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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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KB국민은행 전·현직 직원 집행유예 선고
채용비리 윗선 향한 정치권 재수사 의욕에 ‘긴장’
(왼쪽부터)KB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본점 전경. 사진=각 사 제공

[매일일보 박수진 기자] 채용비리 혐의로 기소된 KB국민은행 전·현직 직원들이 집행유예를 선고 받으면서 은행권이 또 한 번 긴장하는 모양새다. 이번 재판 결과가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신한은행 등의 채용비리 재판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앞서 문무일 검찰 총장이 은행권 채용비리와 관련해 수사 내용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인정해 검찰의 칼날이 윗선을 향해 다시 겨누는 것은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11단독 노미정 판사는 지난 26일 업무방해·남녀고용평등법위반으로 기소된 국민은행 인사팀장 오 모 씨와 전 부행장 이 모 씨, 인력지원부장이던 HR총괄 상무 권 모 씨에게 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HR본부장 김 모 씨에게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국민은행에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노 판사는 선고 이유로 “피고인들이 경제적 이득을 취득했다고 볼 사정이 없고 잘못된 관행을 답습하는 과정에서 범행에 이르게 됐다”며 “이를 개인적 책임으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은행권에서는 이번 KB국민은행 판결과 관련해 집행유예 수준이 나올 것으로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분위기지만, 내심 무죄 판결을 기대했던 만큼 유죄 판단에 대해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더욱이 노 판사가 선고 이유로 ‘피고인들이 경제적 이득을 취했다고 할 수 없고, 개인적 책임으로만 보기 어렵다’고 밝혀 윗선을 향한 재수사 여지가 남아있는 것 아니냐는 눈초리도 제기된다. 

게다가 정치권이 채용비리 윗선을 향한 재수사 의욕을 국감을 통해 드러내면서 안심하기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5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과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채용비리 수사의 미흡함에 대해 잇달아 의구심을 보였다.

이 날 이 의원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채용비리 사건에 대해 “국민들이 ‘봐주기 수사’, ‘꼬리자르기 수사’라고 비판하고 있다”며 “상식적으로 은행 최고위층 친인척 이름을 인사 담당자가 입사지원서만 보면 알 수 있나. 입사지원서를 보면 아 이게 누구네 집 애들인지 알 수 있냐”고 지적했다.

앞서 윤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채용비리 의혹의 중심으로 지목됐지만 지난 6월 나란히 검찰조사로 부터 무혐의를 받았다.

이 의원은 “검찰이 윤 회장을 불기소처분한 이유 중 하나가 VIP 리스트 중 상당수가 불합격했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그런데 상당수 불합격자 말고도 합격한 몇 안 되는 인물 중 한명이 윤 회장 종손녀라고 하면 채용비리로 구속된 3명 직원이 알아서 합격시켰다는 윤 회장의 주장을 우리가 신뢰할 수 있냐”고 되묻기도 했다.

송 의원 역시 “일부 수사 내용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며 “실무자만 처벌받는 것 아니냐”고 우려를 제기했다. 

이에 문 총장은 “각 검찰청에서 최선을 다해서 수사한 것으로 안다”면서도 “다만 일부 은행은 진술증거 수집이 좀 부족해 처음 예상했던 것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답하며 은행권의 채용비리 수사의 미흡함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가 현재 진행 중인 이광구 전 행장 등 우리은행 인사담당자 및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등 채용비리와 관련된 인사 담당자의 판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윤 회장과 김 회장을 상대로 한 재수사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특혜 채용 의혹을 받는 전직 인사담당자 2명 중 한명이 사실관계를 인정한 만큼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을 향한 검찰의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조 회장은 2015년 3월부터 지난해 3월 신한은행장을 역임하는 동안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임원 자녀 등을 특혜채용한 혐의(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를 받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 집행유예도 유죄인 만큼 최선의 판결은 아니다”면서 “정치권이 예의주시하고 있고, 검찰 총장도 부실 수사에 대해 어느정도 인정한 만큼 수사 방향과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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