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열사 지분 소유한 씨티銀, 여건은 ‘OK~!!’…노사갈등 지주사 설립 걸림돌 되나
LIG생명 인수전 참여한 SC제일銀, 지주사 설립 ‘박차’…노사갈등 신임 행장 덕 ‘톡톡’
국내 은행권에 금융지주회사 설립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국민은행이 한누리증권을 인수 하며 지주사대열 합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도 금융지주사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지금까지 금융지주회사 설립은 국내금융기관에만 허용됐었다. 그러나 지난 4일 시행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은 외국계 금융회사에도 지주사 설립을 허용하고 있어 국내 은행권의 금융지주회사 설립바람은 당분간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주회사 전환을 선언하며 증권사 설립, 인수에 강한 의지를 내보였던 국민은행. 국민은행은 지난 14일 한누리투자증권 지분 95.8%를 2천663억원에 인수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금융지주회사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국민은행은 한누리증권 인수에 이어 다른 중·소형 증권사에 대한 인수·합병도 추진하고 있다. 또 소비자금융, 손해보험 등에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할부금융 ∙ 대부업을 아우르는 소비자 금융사업을 추진하겠다”면서 “KB생명보험과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한 손해보험사 인수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혀 종합금융그룹으로의 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씨티銀, ‘금융권 지분’ 있지만…‘글쎄’
외국계 은행들의 행보도 심상치 않다.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은 지난 15일 출범 3주년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최근 외국 금융회사도 국내에서 금융지주회사를 세울 수 있도록 ‘금융지주회사법’이 개정됐다”며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이미 개정 법안과 시행령 세부 검토를 마치고 구체적인 금융지주사 전환 방안을 중심으로 논의 중이다.
씨티은행은 시티그룹의 자회사인 씨티그룹캐피털과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지주회사 전환 여건도 매우 잘 갖춰 놓고 있다. 게다가 하영구 은행장도 2004년 취임당시부터 지주사로 전환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여 왔던 터라 금융 전문가들은 씨티은행의 지주회사 전환은 시간문제라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씨티은행의 지주회사 전환 과정이 그다지 순탄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씨티은행은 지난 2004년 구 한미은행과의 합병 이후 노사간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해왔다. 기존 씨티은행 직원들과 한미은행 직원들간의 차별대우로 첨예한 대립관계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특히 합병 이후 끊이지 않았던 구조조정설은 노사 관계의 긍정적인 변화에 ‘걸림돌’로 작용했고, 양측간의 대립각은 지주사설립으로 인한 구조조정으로 인해 한층 더 가파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씨티은행의 한 관계자는 “대규모 구조조정 대신 희망퇴직 중심으로 노조 측과 협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때문에 지주회사 설립은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SC제일銀, 노사갈등 해결기미…‘순풍’
씨티은행뿐 아니라 SC제일은행도 지주사 설립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데이비드 에드워즈 SC제일은행장은 지난달 12일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증권 및 보험사 인수 등을 통해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데이비드 에드워즈 은행장은 “금융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SC제일은행을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며 “이를 위해 증권업이나 보험업에도 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누리증권 인수를 놓고 저울질하던 SC제일은행은 최근 증권사 신설쪽으로 무게를 두고 방안모색에 나섰으며 현재 LIG생명 인수전에도 참여한 상태다.
제일은행 관계자는 “지주사전환을 통해 계열사 간 교차 판매를 하지 않고서는 한국에서 제대로 된 금융서비스를 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법적인 장애물이 없어진 만큼 지주사 전환 작업이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씨티은행이 노사 갈등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것과 달리 SC제일은행의 지주회사 전환작업은 순조로운 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SC제일은행 역시 임단협을 둘러싼 노사 갈등을 겪고 있지만 데이비드 에드워즈 행장이 취임후 직접 노조를 방문해 문제점 파악에 나서는 등 노사갈등이 진정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위 “건전성 ∙ 신용등급 일정기준 이상이어야”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 등 외국계 은행의 지주회사 설립이 가시화됨에 따라 금융감독위원회는 지난 19일 외국계 금융지주회사의 자격 요건을 담은 ‘금융지주회사 감독규정 및 시행세칙 규정 변경안’을 마련했다.
금감위는 외국계 금융사들의 지주사 전환 요건을 ‘해당 국가의 금융감독기관이 정하는 재무건전성 기준을 충족하고 국제 신용평가사 기관에 평가등급이 투자적격 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또 ‘일반 금융지주사의 임원은 금융 관련 법령에 따라 문책경고 이상의 제재를 받지 않거나 제재를 받은 후 일정기간 이상 지난 사람이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금감위의 자격요건에 따라 한국씨티은행, SC제일은행 등 외국계 금융사들의 지주사 전환 움직임은 점차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내 금융환경의 급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HSBC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지주사 전환에 가담하고 한국투자금융지주 등 증권사 중심의 금융지주사가 사업을 확대하면 금융지주회사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