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말 무성…‘종용병 체제’ 구축 위한 ‘라응찬 라인’ 정리?
[매일일보 박수진 기자] 신한금융지주 계열 사장단 인사를 놓고 위성호 신한은행장이 연일 작심발언을 쏟아내면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2010년 ‘신한사태’로 일컬어지는 내부 알력다툼이 8년 만에 또다시 재발되는 것 아니냐는 눈초리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위성호 행장은 지난 21일 “(갑작스러운 행장 교체에 대해) 답답하고 당황스럽다”는 입장을 언론을 통해 밝혔다. 앞서 신한금융은 자회사 11곳 사장단 인사에서 위 행장을 포함한 7명 CEO를 신규로 선임하며 대대적인 물갈이를 했다.
인사에 대한 위 행장의 불편한 속내는 지난 26일 출근길에서도 계속됐다. 그는 이날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왜 인사가 났는지 잘 모르겠다”면서 “그룹 회장 후보군 5명 중 4명이 퇴출됐다”고 사장단 인사 결과에 대해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조 회장이 2020년 회장 연임을 겨냥해 경쟁자인 자신을 포함해 주요 자회사 CEO 연임을 반대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진옥동 내정자에 대한 경계심도 함께 드러냈다. 그는 “(진옥동) 행장 내정자는 일본에서만 18년간 근무한 탓에 국내 영업 경력이 없다”며 “내정자는 최근 20년 간 국내에서 근무하지 않아 인수인계에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업무 경험이 전무한 진 내정자의 경영 능력을 간접적으로 꼬집어 말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융권에서는 조 회장과 위 행장의 이번 신경전이 8년전 일어났던 신한사태 연장선이라는 분석이다. 신한사태는 ‘회장 후계도’를 둘러싼 내분으로 그룹 1인자로 불리던 라응찬 신한지주 전 회장이 2인자인 신상훈 신한지주 전 사장을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며 촉발된 사건이다. 당시 위 행장은 홍보 담당 부사장을 맡으며 ‘라응찬의 최측근’이라는 평을 받았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조 회장이 ‘조용병 체제’ 구축을 위해 ‘라응찬 라인’으로 분류되던 위 행장을 물갈이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조 회장이 앞으로 경영과 연임에 있어 강력하게 남아있는 라응찬 라인이 부담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위 행장과 함께 이번 사장단 인사에서 연임불가 결정을 받은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대표도 대표적인 라응찬 라인으로 거론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신한금융의 이번 인사가 라응찬 세력을 전부 배제한 결과를 낳은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위 행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27일 열리는 신한은행 이사회에서 자경위의 의견이 받아들여질 경우 이르면 연말이나 연초에 물러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후 2020년 차기 신한금융 회장에 출사표를 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부각된 ‘남산 3억원’의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에 전념한 뒤 사건이 어느 정도 일단락되면 차기 회장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 경우 나머지 임기를 채우기 보다는 이사회 결정 뒤 조기에 물러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남산 3억원 사건은 2008년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이 라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지시로 서울 남산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측근에게 비자금 3억원을 건넸다는 의혹이다. 지난달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남산 3억원 사건과 관련해 위 행장 등 전·현직 임직원 10명에 대해 검찰의 재수사를 촉구했다. 위 행장은 사건 당시 신한금융 부사장으로 남산에서 3억원을 건넨 의혹의 관련자에게 위 행장이 법정 위증을 종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조 회장이 문제의 신한사태를 이번 인사를 통해 최종 정리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8년 전 신한금융 전체를 흔들 만큼 심각했던 내부분열이 사태 이후에도 그룹 내에서 입지를 유지하고 있어 경영에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위 행장의 차기 회장 출마 여부는 검찰의 수사 결과에 달렸다고 보면 될 것 같다”면서 “만약 내년 12월 차기 회장 후보에 도전했을 경우 조 회장과의 마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