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수진 기자] 금융 당국이 개인회생을 신청한 채무자의 주택담보대출도 채무조정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해당 채무자는 신용대출을 다 갚을 때까지 대출 이자만 내면 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일부 차주의 도덕적해이가 발생할 수 있고 취약계층의 신규대출이 막힐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금융위원회와 신용회복위원회는 서울회생법원과 연계해 이 같은 내용의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채무조정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다. 채무상환에 곤란을 겪는 주담대 채무자들이 주택 상실 우려 없이 안정적으로 채무를 상환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다.
그동안 채무조정의 경우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 위주로 진행됐다. 주담대의 경우 확실한 담보가 있다 보니 대출자가 빚을 갚지 못하면 금융회사는 담보로 잡아 놓은 주택을 경매로 넘겨 대출금을 회수해 채무조정 대상이 아니었다. 그렇다 보니 본인이 살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거나 소유한 주택 외에 별다른 재산이 없는 ‘하우스푸어’의 경우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면 거리로 내몰릴 위험이 존재했다.
그러나 이번 채무조정으로 인해 앞으로 채무자가 신복위 주택담보대출 채무조정과 법원 개인회생 신용대출 채무조정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개인회생 이용자가 주택담보대출 빚도 신복위에서 조정을 받을 수 있어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우선 금융당국은 신용 빚을 우선 갚고 주택담보대출을 상환하는 방식으로 신복위와 법원이 각각 채무조정안을 마련한다. 3~5년 간 개인회생 중에는 주택담보대출 이자만 상환하면 된다. 회생 절차가 끝나면 주택담보대출을 갚으면 된다. 이자는 채무자의 상환능력이 부족한 경우 거치금리를 4%까지 인하된다. 단 당초 약정금리가 4.0%보다 낮을 경우에는 약정금리대로 적용된다. 빚을 갚는 동안 담보 주택 경매는 금지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이런 방침이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채무자가 제도를 악용해 돈을 무분별하게 빌리거나 전략적으로 빚을 갚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빚진 사람들은 ‘버티면 정부가 나서 해결해 준다’는 잘못된 기대를 할 수다”면서 “결국 성실하게 빚을 갚은 채무자들이 이런 정책으로 인해 역차별을 당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밖에 은행권의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출 감면 원금이 최대 45%이다 보니 은행 측에서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출 요건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 현재 은행권은 지난해부터 LTV·DTI 등 정부의 각종 대출규제로 대출 문턱이 높아진 상황이다.
또 다른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권이 1금융이다 보니 대출자 대부분 신용도가 높은 상태다”며 “위의 감면 대상을 고려했을 때 은행이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결국 중소기업 직종 대출자보다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 위주로 대출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