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원들 “병원측 노조죽이기가 다시 시작됐다” 이구동성
[매일일보닷컴] ‘노조활동을 하려면 정신질환에 걸릴 각오를 하라’고 말한다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게다가 병을 치료해야 할 곳에서 도리어 환자를 만들어냈다면? 병원에서 노조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환자가 됐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비인간적 노조활동 탄압 사례는 부지기수지만 노동계에서도 청구성심병원의 노조탄압은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이례적이다. 지난 1998년의 일이다. 당시 청구성심병원 조합원이었던 공공노조 의료연대 서울지역 부지부장을 맡고 있는 최윤경씨는 당시를 떠올리며 “괴롭고 너무 힘들었다. 말도 안 돼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회상했다.당시 노조는 병원로비에 모여 밀린 임금을 달라고 요구하며 파업선포를 하고 있었다. 그 때 병원로비의 불이 꺼졌고 노조원들을 향해 똥물이 끼얹어졌다. 어둠속에 쏟아지는 똥물로 조합원들은 아우성이었다. 불이 켜지자 몸에 호랑이 문신을 한 용역깡패가 웃통을 벗고 흉기를 휘두르고 있었다. 또 다른 용역깡패는 화분을 깨 화분조각으로 조합원들에게 위협을 가했다. 조합원에 대한 집단 폭행이 이뤄졌다. 당시 노사정위원회는 병원에 폭력 책임자를 처벌하고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행은커녕 그 해 말 도리어 10명의 노조원이 해고당했다. 남은 19명의 조합원들은 조합원이란 이유로 편파적으로 승진 대상에서 배제당하고, 일방적인 배치에 빈번하게 부서를 이동해야 했다. 노조 활동은 일상적으로 CCTV를 통해 감시당했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원우회도 가입할 수 없었다. 관리자와 비조합원들로부터 따돌림에, 욕설까지 듣곤 했다는 게 노조측 주장이다. 게다가 2003년에는 조합원 중 8명이 정신질환으로 산재처리까지 받았다. 청구성심병원노조가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을 갖고 “병원의 노조죽이기가 다시 시작됐다”고 주장한 것은 이러한 노조탄압 의혹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청구성심병원분회 권기한 분회장은 “근본적인 노사관계의 변화가 없다면 청구성심병원에서는 노조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정신질환에 걸리는 것을 각오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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