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권희진 기자]고려대 의대생 동기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가 사건 이후 처음으로 공개 재판에 나와 피고인들을 엄벌에 처해달라고 호소했다. 1심 재판에서 비공개로 증인 심문을 한 적은 있지만 피해자 A씨가 공개재판에서 진술을 한 것은 처음이다.

23일 서울고법 형사8부 심리로 열린 고려대 의대생 박모 씨 등 3명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피해자 A씨는 "저는 이 일로 인해 모든 것을 잃었다"며 "제가 평생 가져갈 고통에 비하면 1심의 형은 가볍다"고 강조했다.

A씨는 "6개월이 지났는데도 저에게는 아직도 상처가 계속되고 있다"며 "배모 씨가 자살 이야기를 하지만 나는 매일 그 생각을 하면서 수면제를 먹고도 잠을 잘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평생을 가져갈 고통과 뒷소문 등을 생각하면 1년6월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더 이상은 제가 피해자가 되지 않게 도와 달라"고 재판부에 눈물로 호소했다.

한편 검찰은 박모 씨와 한모 씨에게 1심 선고 형량과 같은 징역 2년6월과 1년6월을, 배씨에게는 1심(1년6월) 보다 늘어난 징역 2년을 각각 구형했다.

이에 대해 박씨와 한씨는 최후변론을 통해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줘 미안하다"며 "모든 분께 사죄한다"고 밝힌 반면, 배씨는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이들에 대한 선고공판은 내년 2월3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다.

이들은 지난 5월21일 오후 11시40분께 경기 가평 모 민박집에서 술에 취해 잠든 여자 동기 A씨의 옷을 벗긴 후 추행하고 휴대전화 카메라로 23차례에 걸쳐 촬영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박씨 등은 밤새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했으며 잠든 피해자가 몸을 뒤척이자 쫓아다니면서 지속적으로 추행을 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중하다"며 박씨에게 징역 2년6월을, 범행에 가담한 한씨와 배씨에게 각각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3명 모두에 대해 3년간 신상정보를 공개하도록 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