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의 50억 ‘퉁치기’ 수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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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의 50억 ‘퉁치기’ 수법 논란
  • 권민경 기자
  • 승인 2008.12.29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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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기름유출 사고 ‘1천억원’ 생색내더니
정작 배상액은 ‘50억원 밖에 못내’ 책임제한 신청

시민단체 “피해복구에 수 조 원 예상, 삼성이 주민 우롱”
삼성重 “발전기금 1천억원 내놓아도 태안서 안 가져가”

[매일일보= 권민경 기자]

1년 전 사상최악의 태안 기름유출 사고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삼성중공업이 또 다시 비난의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 삼성중공업이 “손해배상 책임을 50억원으로 제한해 달라”는 신청을 법원에 낸 것이다. 이는 삼성을 상대로 진행될 피해 주민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이나 국가, 국제유류오염 보상기금(IOPC펀드)의 구상권 청구에 대해 50억원 한도에서만 책임지게 해 달라는 것이다.

태안지역 시민단체들은 “기름유출 사고의 가해자인 삼성중공업이 ‘가해자’로서의 책임을 망각하고 지역주민들을 우롱하는 악의적 행태를 일삼고 있다”며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삼성중공업은 배상금과는 별도로 태안 지역발전기금으로 1천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당시에도 태안 지역에서는 “피해복구에 최소 수조원이 예상되는데 ‘보상액’도 아닌 ‘발전기금’이라는 명목으로 1천억원만을 내놓겠다는 것은 말도 피해 주민들을 상대로 장난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비난 여론이 쇄도하자 삼성중공업 측은 ‘배상액’과는 별도로 순수 ‘발전기금’이라는 측면을 강조했지만 이번에 배상액을 50억원으로 제한해 달라고 신청하면서 태안 지역 여론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태안 지역 주민들은 “1천억원도 아닌 50억원으로 ‘퉁치려는 수법’이냐”며 삼성중공업 측에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삼성중공업이 ‘기름유출 사고와 관련한 모든 배상 책임을 50억 원으로 제한해 달라’며 책임제한 신청을 냈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이 신청서에서 “삼성중공업 쪽 예인선단이 표류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잘못도 있지만,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가 경계의무를 불이행해 충돌 위험을 알지도 못하고 실효성 있는 피항조치도 하지 않았다”며 “단순 충돌과 소규모 기름유출로 끝날 수 있었던 사건이 최악의 해양오염으로 확대된 것도 유조선의 독자적인 과실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성중공업은 이어 ‘해상사고를 일으킨 선박 소유자는 고의나 중과실 등으로 인한 사고가 아닌 경우 책임액이 제한된다’는 상법을 근거로 “주 예인선과 보조 예인선 등의 물적 손해로 인한 책임 한도액은 약 50억원으로, 유출 사고와 관련해 어민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등의 청구액이 책임 제한액을 초과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중공업이 삼성화재에 든 책임보험의 보상 한도액이 50억원이다.앞서 사고로 피해를 본 태안 주민 7500여명은 지난 6월 삼성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주민들은 정식재판에서는 피해액의 일부인 16억원을 일단 청구하고, 생계비 200억여원을 우선 지급하라는 가처분신청도 냈다. 또 국제유류오염 배상기금은 지난 10월 사고 피해액이 최소 5663억원에서 최대 6013억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는 태안특별법에 따라 국제유류오염 배상기금의 보상한도 3216억원을 넘어서는 부분에 대해 최대 피해 추정액 6013억원까지 선보상하기로 결정했다.

사고의 책임 소재에 따라 삼성중공업은 국제유류오염 배상기금이나 국가가 지급한 피해 보상금 중 일부를 분담해야 할 처지다.
그러나 만약 삼성중공업 측의 책임제한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50억원 이상의 손해배상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삼성중공업은 50억원까지만 물면 된다.

1천억원도 반발했는데, 50억원 배상에 태안 여론 악화

삼성중공업의 책임제한 신청 소식이 알려지자 태안 주민들과 지역 시민단체 등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태안유류대책위원회 측은 “일류기업답지 않은 삼성의 태도를 비난, 어떻게 해서든 삼성의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은 “사고의 피해에 대해서는 가해자가 완전하게 책임을 지는 것이 지극히 상식적인 일인데도, 삼성중공업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무시하고 피해주민들의 아픔도 나 몰라라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바다사랑실천시민운동연합 역시 “지역주민들에 대한 물질적인 보상 뿐 아니라, 향후 몇 십 년이 걸릴지도 모를 생태계 복구에 대해서도 삼성중공업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데 50억원만을 배상하겠다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태안지역에서는 더욱이 올해 초 삼성중공업이 ‘발전기금’ 명목으로 1천억원을 내놓으면서 이는 보상액과는 별도의 금액이라고 밝혀놓고 이제와 사고 보상은 50억원만을 하겠다는 것은 결국 ‘퉁치기’수법으로 주민들을 우롱하는 것이라는 비난이 높다.삼성중공업은 앞서 지난 2월 태안 지역경제 살리기 대책을 발표하면서 지역발전기금이란 명목으로 1천억원을 내놓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김징완 삼성중공업 사장은 당시 1천억원 기금을 보상금 형식이 아닌 발전기금 방식으로 내놓는 것에 대해 “사고의 당사자인 삼성중공업이 통상적인 지원금형태로 하면 배상금으로 인식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보험사가 지원 금액만큼 차감할 우려가 있어 이런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기금형태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또 “1천억원 기금 출연은 보상금 지급과 별도의 것”이라며 순수 발전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태안주민들은 이조차도 삼성중공업이 발전기금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1천억원’에 보상을 끝내려는 속셈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 때문에 1천억원 발전기금은 아직까지 출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이미 1천억원에 대한 부분은 회계처리까지 다 된 상태”라며 “그러나 국토해양부, 지자체 등과 출연문제를 놓고 몇 차례 접촉을 했지만 태안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기금을 출연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삼성중공업은 ‘순수’하게 발전금의 형태로 1천억원을 지원하려고 했지만, 태안 주민들이 이를 거절하고 있기 때문에 지원을 못한다는 얘기.  태안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태안 갯벌이 ‘밥그릇’이나 다름없는 주민들에게 삼성중공업이 밝힌 1천억원 발전기금은 터무니없다”며 “이를 피해가구 당 환산하면 불과 2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생태계 피해복구 등까지 포함해 최소 5조원 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1천억원이란 금액은 말도 안된다”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중공업이 기름유출 사고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50억원으로 한정해 달라는 신청을 내자 태안지역에서는 “가해자인 삼성중공업이 결국 1천억원으로 생색이란 생색은 다 내놓고, 정작 중요한 사고 책임에 대해서는 50억원으로 끝내려는 속셈”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권민경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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