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미세먼지, 누구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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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미세먼지, 누구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
  • 문수호 기자
  • 승인 2019.05.2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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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최근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커지고 있다. 중국발 황사나 자동차 매연을 걱정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매일 같이 미세먼지와 씨름을 해야 한다. 길거리를 걷다 미세먼지 마스크를 쓰고 있는 이들을 보는 것은 매우 흔한 광경이다. 매일 같이 일기예보에서 지역별 미세먼지 농도를 체크하고, 농도 ‘나쁨’을 보는 것도 일상이 되어 가고 있다.
미세먼지는 대기 중에 머무르다 호흡기를 거쳐 폐 등에 침투하거나 혈관을 따라 체내로 이동해 들어가 건강을 해칠 수 있다. 국내에서 미세먼지가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몇 년밖에 되지 않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PM10, PM2.5)에 대한 대기질 가이드라인을 이미 1987년부터 제시해 왔다. 지난 2013년에는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에서 미세먼지를 사람에게 발암이 확인된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하기도 했다. 미세먼지가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미세먼지를 만드는 주범으로 꼽히며, 비난의 대상이 되는 기업도 있다. 대표적으로 발전사들과 철강업체 등이 이에 속한다. 실제 화력발전 등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미세먼지가 발생한다. 또 철강제품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도 조강생산량과 비례한다. 전기를 많이 만들수록, 철을 많이 생산할수록 미세먼지를 동반 생산하는 기업으로 기억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내 최대 철강업체인 포스코는 당연히 미세먼지 배출에서도 철강업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세먼지는 최근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는 이들 일부 기업들의 탓일까? 미세먼지의 발생원인으로 △건설산업 △발전사 △철강산업 △자동차 매연 △가정용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 5대 미세먼지 원인은 사실 따지고 보면 어느 쪽이 더 심한지 경중을 가리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산업의 발전과 경제의 고도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미세먼지는 결국 우리들이 누리는 문명의 혜택이라는 결과물에 해당한다. 미세먼지 최대 발생지역이라 일컬어지는 중국의 사례를 살펴보자.
지난 2013년 베이징 대기질은 1년 중 절반 이상이 WHO 권고치의 35배에 달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당시 리커창 총리는 매년 열리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오염과의 전쟁’을 선포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 중국은 2006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으로 선정된 바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은 석탄 등 값싼 에너지로 가동되는 저렴한 생산품 덕이었다. 중국이 경제대국이 되도록 이끈 주요 동력이었다. 중국이 환경을 대가로 경제성장을 하면서 세계 경제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중국은 자국의 경제성장과 전 세계 경제 유지를 위해 오염된 공기를 호흡하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중국은 시진핑 주석이 환경오염을 막기 위한 철권통치에 나서면서 서서히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수년 동안 환경 규제를 강화하는데 수십억위안을 지출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세계 최대의 녹색 에너지 투자국가다. 지난해는 미국보다 56% 많은 1000억달러를 지출했다. 석탄화력발전소를 천연가스로 바꾸고 디젤 자동차를 전기차로 대체해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미래자동차라 불리는 전기차와 태양에너지 부문에서 세계 제일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기술력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정부의 대대적 규제는 실제 효과가 있었다. 2018년 중국의 대기 중 미세먼지는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0년간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룬 중국은 여전히 최대 탄소 배출국이고 대기오염국가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1970년대부터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뤘다. 미세먼지를 중국의 탓으로 돌리거나 일개 기업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책임 없는 행동이다. 우리가 타고 다니는 SUV 자동차에서 나오는 매연 또한 미세먼지의 주범이다. 우리 모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뜻이다. 중국의 모습에서 보듯이 비록 예방은 못했지만, 앞으로 미세먼지를 저감하기 위한 준비는 할 수 있다. 정부에서 나서야 하고, 기업들의 윤리의식도 필요하다. 늦었다고 생각되는 지금이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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