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도기천 기자] ‘LIG건설 기업어음(CP) 부당발행’ 의혹을 받고 있는 구자원 LIG그룹 회장(77)이 18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구 회장의 두 아들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42)과 구본엽 LIG건설 부사장(40)이 17일 검찰에 소환된 지 하루만이다. 이로서 그동안 의혹으로 떠돌던 ‘LIG 비자금’의 실체가 드러날지 주목된다.오너일가 ‘사전모의’ 조직적 개입…구 회장 총지휘 의혹구자원 회장과 아들들 이틀간 줄줄이 검찰 소환檢, 구 회장 상대 계열사 부당지원·비자금 조성 추궁18일 오전 굳은 표정으로 검찰에 도착한 구 회장은 ‘CP를 발행한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검찰조사에 성실히 말하겠다”고만 답했다. 이어 비자금 조성과 회생절차 개입 여부, CP 발행 사전 보고, 아들들의 개입 여부 등에 대한 질문에는 고개만 가로저으며 서둘러 검찰 청사로 들어갔다.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윤석열)에 따르면 LIG그룹 오너 일가는 지난해 2월28일∼3월10일 LIG건설의 법정관리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점을 알고도 LIG건설 명의로 242억원 상당의 CP를 발행한 혐의(특경가법상 사기, 자본시장법 위반)를 받고 있다. LIG건설이 발행한 2000억원대의 CP 중 1876억원은 법정관리 신청으로 부도 처리됐다.
검찰은 구 회장 일가가 2006년 LIG건설을 인수하면서 담보로 잡힌 주식을 법정관리 이전에 되찾을 목적으로 사기성 CP 발행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검찰은 기업특성상 최고 경영자 결정 없이는 대규모 CP 발행이 어려운 만큼 오너 일가가 제반 사정을 알고 CP 발행을 지시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검찰은 구 회장을 상대로 그룹 측이 LIG건설의 부실을 막으려고 계열사 자금을 빼돌려 부당 지원했는지, 그룹 차원에서 CP 발행을 강행한 배경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특히 CP발행 등으로 조성한 자금 가운데 일부가 구 회장 일가의 비자금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LIG건설은 유동성 위기를 겪다 지난해 3월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해 그해 9월 회생인가 결정을 받았다.앞서 검찰은 지난달 19일 구 회장의 자택 등 10여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은 지난해 2월부터 약 한달간 LIG건설 명의로 발행된 242억4000만원 CP를 비롯 이전에 발행된 CP까지 전면적인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아울러 구 회장과 아들들의 금융계좌 추적 영장을 발부받고 자금흐름을 쫓는 등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를 해왔다.검찰은 전날 구 회장의 두 아들인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42)과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40)을 소환해 19시간 동안 조사했다. 두 아들에 이어 구 회장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 되면 LIG그룹 오너 일가에 대한 사법처리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한편 구 회장이 검찰청사로 들어가기 직전 LIG건설 CP를 매입했다 손실을 본 투자자 10여명은 구 회장을 향해 “당장 구속수사를 받으라”고 비난해 소란을 빚었다.이들은 구 회장이 검찰 청사에 들어가고 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건의 핵심은 대기업이 계열사를 버리면서 1800억원에 가까운 서민의 돈을 빼돌린 것”이라며 “사기성 CP를 발행한 구 회장을 당장 구속하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