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기술과 자산 승계 다르다”…기업 연속성 유지에 초점
[매일일보 신승엽 기자] 당정이 가업승계 세제개편안 발표를 준비하면서 구체적인 개편 내용을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중소기업계도 전면에 나서 중소기업 중심의 개편안을 촉구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가업상속공제 개편안을 오는 11일 발표한다. 가업상속공제는 매출 3000억원 미만 기업을 자녀에게 넘겨줄 때 과세 대상이 되는 재산가액에서 최대 500억원을 빼주는 제도다. 상속인은 10년 동안 업종·고용·지분 등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가업상속지원세는 중소·중견기업 오너가 가업을 승계할 경우 세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다. 지난 1997년부터 이 내용을 담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 시행됐다.
하지만 이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지속적으로 지적됐다. 시대 변화 흐름에 맞춘 업종 전환이 어려울 뿐 아니라 10년 동안 정해진 경영 수치를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연속성을 핵심으로 시행됐음에 불구하고 이를 원하는 기업들이 연간 74개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는 가업승계 체감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소기업계의 입장이다.
이와 관련 중소기업계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업상속공제 세제개편 긴급 기자간담회를 실시했다. 이날 중소기업계는 △사후관리 기간 축소(10년→7년 이하) △고용유지 요건에 급여총액 유지방식 추가 △처분자산 기업 재투자 시 자산유지 인정 △업종제한 폐지 등을 제시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윤병섭 한국중소기업학회 부회장은 “가업승계는 일각에서 주장하는 부의 대물림이 아니고 기업가 정신의 계승”이라며 “4차 산업혁명에 따라 패러다임이 바뀌는 현장에서는 실질적으로 손에 잡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승원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은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상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기업가정신이 하락했고, 편법까지 등장하고 있다”며 “편법 중 하나로 기업을 해외 사모펀드(PEF)에 매각하고 해외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어 서 부회장은 “이를 통해 그간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은 사장되고, 이는 국력의 손실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계가 세제개편을 촉구하고 있지만, 참여연대는 가업상속제도를 개편할 경우 부의 대물림이 이어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참여연대는 지난달 30일 가업상속공제 대상 확대가 제도의 본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일부의 고자산가에게 세재혜택을 주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중소기업계가 강조한 상속을 망설이는 기업에 대해서는 극히 일부의 상위 자산가를 대상에게만 제도가 적용되기 때문에 이용 건수가 적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김종길 이노비즈협회 상근부회장은 “전직 공인회계사로서 상속세를 많이 다뤄본 결과, 가업과 재산 승계로 나눠져 다르다”며 “선대가 죽고 후대에게 공장·부동산·기술·영업 등이 승계될 때 비용이 적으면 굳이 논할 필요가 없다”고 언급했다.
서 부회장은 “중소기업계가 사회경제적 책임과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정부나 국회가 이번 세재개편에 업계 입장을 반영해줬으면 한다”며 “가급적 연내에는 세법 개편이 마무리되도록 정부와 국회가 지원과 관심을 보내주길 당부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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