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회장, 겸직 논란 해소 및 호텔롯데 상장 리스크 해소
롯데쇼핑 원톱 전문경영 제체로 전환, 롯데 변곡점 ‘기회’
[매일일보 임유정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년 만에 그룹 핵심 유통계열사인 롯데쇼핑 등기임원직을 사퇴하면서 강희태 롯데쇼핑 유통 BU(부회장) 경영체제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번 사임은 그동안 제기된 겸직 과다 논란을 해소하는 한편, 강 부회장의 ‘원톱’ 전문경영 체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다음 달 22일 롯데쇼핑 사내이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지난해 말 사임계를 제출했다. 사임계는 다음 달 예정된 롯데쇼핑 주주총회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신 회장은 2006년 롯데쇼핑 대표이사가 됐지만 2013년 물러났고 사내이사직만 계속 유지해 왔다. 또 지난해 말에는 호텔롯데 대표이사직에서 손을 뗐고 지난달 말에는 롯데건설 대표이사직도 내려놨다. 호텔롯데에서는 비등기 임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신 회장은 현재 그룹 계열사 중 대표이사를 맡은 △롯데지주 △롯데제과 △롯데케미칼 △롯데칠성 △캐논코리아 △에프알엘코리아 사내이사직을 맡고 있다.
신 회장은 그동안 국민연금 등으로부터 계열사 임원 겸직이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롯데쇼핑 등기임원직을 내려놓는 선택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건설·부동산 유관 계열사는 등기임원의 사법 리스크가 사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데다, 호텔롯데의 경우 상장을 앞두고 있어 예비심사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점을 사전에 차단한 조치인 것으로 풀이된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번 신 회장의 사임이 강 부회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사업부문별 대표 체제를 ‘강희태 원톱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이원준 부회장도 같은 시기 롯데쇼핑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체질 개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쇼핑은 최근 강도 높은 체질 개선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백화점·마트·슈퍼·롭스 등 700여개 점포의 30%인 200여개를 순차 폐점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처럼 공간 개편을 단행하면 조직과 인원까지 효율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롯데 측의 설명이다.
100만평의 오프라인 점포 공간을 업태의 경계를 허무는 형태로 완전히 탈바꿈한다는 방침이다. 마트의 의류 코너 상품을 백화점 바이어가 기획‧투입하고 중소형 백화점 식품 매장을 롯데슈퍼가 맡는 식이다.
여기에 롯데멤버스가 집약한 3900만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 개개인에게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또 롯데쇼핑은 오는 3월 말쯤에는 유통 계열사를 아우르는 통합 온라인 쇼핑몰인 ‘롯데온’을 론칭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신 회장의 전폭적 지지와 함께 강 부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 역시 남았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롯데의 지난 잃어버린 5년을 되찾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다각도로 뛰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간 롯데는 다양한 외부 요인으로 뼈아픈 시간을 보내왔다. 2014년부터 △검찰의 경영비리 수사 △경영권 분쟁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연루 재판 △중국과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갈등 후폭풍 등 연이은 악재를 겪었고, 변화하는 쇼핑 트렌드 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에 이번 신 회장의 사태와 강 부회장의 원톱체제가 롯데에게는 변곡점이 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님의 이번 롯데쇼핑 등기임원 사퇴는 지난 롯데건설과 호텔롯데 사임과 같고, ‘계열사 책임경영 강화’로 이해하면 된다”면서 “롯데쇼핑 등기이사 사임은 주총 전 소집공고 공시가 나오면 공식적으로 알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