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 기대감 꺾이지 않으면 효과 제한적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임대차 3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전세의 월세 전환이 가속될 것으로 시장은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분석은 달랐다. 전세 물건 감소는 저금리 장기화와 보유세 증가 등의 영향이 크다는 주장이다.
이런 추세가 당분간 이어지며 전세를 점점 더 찾아보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그렇다면 전세가 월세로 급격하게 바뀌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집값 움직임에 대한 예측엔 이견이 있었으나 주거비 부담이 오를 거라는 데에는 전문가 의견이 일치했다.
◆ ‘갭투기’ 어려워지면서 중장기적 집값 안정세(?)
집값 안정 주장은 ‘갭투기’가 어려워질 거라는 판단에서 기인했다. 전세 제도를 이용하면 집값의 20~30%를 가지고도 집을 매매, 어렵지 않게 집을 여러 채 사들일 수 있다.
실제로 부동산정보업체 직방이 입주한 지 1년이 지나지 않은 전국 신축 아파트의 분양가 기준 전세가율(분양가격 대비 전세가격)을 조사한 결과 전국은 76.6%였고 서울은 86.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억원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임차인이 8억6300만원을 부담하고 임대인은 1억3700만원으로 집을 소유하게 됐다는 얘기다. 이런 식으로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0년 간 공급된 주택의 절반이 다주택자에게 돌아갔다.
투기적 가수요가 증가할수록 집값에 거품이 끼는 건 당연한 결과다. 집값이 오르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구조여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동산 불패론’에 힘을 싣는다. 또한, 전셋값이 집값을 밑돌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는 ‘깡통 전세’로 전락하다 보니 집값 하락을 막는 심리적 저지선 역할을 한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 제도는 임대인이 추가 주택 구매를 위해 필요한 자금의 50~80% 정도를 세입자에게서 무이자로 빌리는 사금융 성격을 갖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전세 제도가 사라지면 가수요도 줄어들 것”이라고 관측했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꺾일 때까지는 집값 안정 효과가 제한적일 거라는 의견도 있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저금리로 인한 풍부한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에 지속해서 유입되면 집값 상승이 이어질 수 있다”고 예견했다.
◆ 전세 주거비 63만원 VS 월세 주거비 133만원
임대시장이 월세로 재편됐을 때 야기될 가장 큰 부작용으로 주거비 상승이 꼽혔다. 예를 들어 전셋값이 6억원인 아파트를 보증금 2억원인 월세(전월세전환율 4%)로 변경하면 매달 약 133만원 매년 1596만원을 주거비로 내야 한다.
보증금 4억원을 1금융권에서 대출(금리 1.9% 기준)받고 보유 현금 2억원으로 전세에 거주했을 때 월 주거비는 63만3330원이다. 전세 주거비가 월세 주거비와 비교했을 때 절반 정도 저렴한 셈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2020년 기준 중위소득 및 생계의료급여 선정기준과 최저보장수준’에 따르면 가구별 중위소득은 △1인 가구 175만7194원 △2인 가구 299만1980원 △3인 가구 387만577원 △4인 가구 474만9174원 등으로 나타났다.
월세와 생활비 등을 지출하고 남은 소득을 모아 내 집을 마련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세의 월세 전환에 따른 주거비 부담 완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해 월세로 거주하는 저소득 서민의 주거비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월세 지원금과 대상을 확대하고 월세 소득공제도 확대하는 등 선제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