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공정거래법·노동관계법 등 기업규제 3법 국회 통과, 오프쇼어링 가속화 우려
2013년 유턴법 제정 불구 실효성 문제…어기구 의원 발의 법안도 유명무실 전망
국내 유턴, 실질적 혜택 적고 고용 창출 효과 미미…기업 고용 창출 의지 더욱 꺾여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전세계에서 보호무역주의가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글로벌 밸류체인(GVC) 재편 움직임까지 나타나면서 세계 각국의 리쇼어링 정책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상법·노동관계법 개정 등으로 기업의 탈(脫) 한국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정부여당이 경제계와 야당의 요구를 무시한 채 상법 및 공정거래법, 노동관계법 등 규제 법안을 일괄 통과시키면서 재계 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에서 추진 중인 리쇼어링 정책에 반해 국내 기업의 오프쇼어링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에선 지난 2013년 유턴법이 제정됐지만, 유턴 기업의 국내복귀에 따른 효과가 미미해 실효성에 의문이 컸다. 지난 1일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이 해외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을 목적으로 발의한 ‘해외 진출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리쇼어링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있었지만, 사실상 반기업법이라 불리는 기업규제 3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유명무실한 법안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지난 6월 경제정책방향과 7월 ‘소재·부품·장비 2.0 전략’ 등을 발표하면서 유턴 기업에 각종 혜택을 부여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또 지난해 말에도 유턴법을 개정해 비수도권 유턴 기업에 대한 일부 특례와 보조금을 신설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의 반응은 냉랭한 편이다. 지난 6월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제조업체 308개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국내복귀 의향을 묻는 질문에 94.4%가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또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 1000대 기업 대상으로 리쇼어링 의향 조사에서도 긍정적인 대답은 3%에 불과했다.
미국 컨설팅업체 AT Kearney에 따르면 미국은 2011년부터 마이너스에 머물던 리쇼어링 지수가 지난해 반등해 10년 새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법인세 인하 등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리쇼어링 정책이 빛을 발한 덕분이다. 반면, 한국은 유턴법이 제정된 2013년 이후 역외 생산 의존도가 오히려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커지고 있다.
유럽의 경우 2014년부터 5년간 253개사가 역내로 복귀했으며, 고용 정보가 공개된 99개 기업의 경우 창출된 일자리가 1만2840개로 유턴기업당 고용효과는 130명에 달해 한국의 19명과 대조를 이뤘다. 한국은 동일 기간 52개사가 유턴했으며 975명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번 기업규제 3법의 국회 통과로 싼 인건비와 해외 수요를 찾아 생산기지를 옮기는 오프쇼어링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심각한 고용난에 빠져 있는 한국경제에 기업의 고용 창출 의지를 더욱 낮춘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인건비, 법인세, 각종 규제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몇 가지 인센티브 제공만으로 막대한 자금과 수십 년의 청사진이 들어간 해외 생산기지의 국내 회귀를 요구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며 “미국 등과 같이 유턴을 현실화시키는 과감한 지원과 함께 세금을 투입한 보조금 형식의 단기지원만이 아닌 인건비· 법인세 등 근본적으로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자유로운 기업경영활동을 지원하는데 있어 핵심은 각종 규제를 해소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여당은 오히려 기업규제를 더욱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