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지민 기자] 여권에 또다시 '내로남불'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공소장 유출 논란과 관련해 진상조사를 지시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내로남불 비판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박 장관은 21일 이 지검장의 공소장 유출과 관련해 "대단히 엄중한 사안으로 본다. 위법 소지가 크다. 형사사법 정보를 누설·유출하는 경우 처벌 조항이 있다"며 경중에 따라 수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재 대검찰청은 박 장관의 지시에 따라 이 지검장 공소장 유출과 관련한 진상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앞서 박 장관은 대검에 진상조사를 지시하며 이 지검장의 공소장을 '불법 유출 의혹'이라고 규정했다.
여권 역시 검찰이 언론과 유착해 공소장을 유출했다며 '검언유착' 프레임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17일 라디오에서 "법무부가 피의사실 공표를 포함해 공소장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검찰의 아주 권력적인 행태"라며 "변호사한테도 송달되지 않은 내용이 언론에 먼저 나가는 건 의도적 유출이거나 사고"라고 했다. 이수진 의원도 "공소장 유출로 검찰이 언론을 통해 망신을 주는 검언유착 형태가 그대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야권은 여권을 향해 '내로남불'이라며 강력 비판했다. 국민의힘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은 18일 기자회견에서 "피의사실공표마저도 '내 편'과 '네 편'이 있단 말인가. 도대체 이 정권 법무부 장관들의 내로남불은 그 끝이 어디인가"라며 "야당 의원 시절 박 장관은 누구보다 국민의 알 권리를 강조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언론에 연일 수사 상황을 생중계했던 그가 정권이 바뀌고 법무부 장관이 되자 태도를 돌변해 이를 검찰의 불법적 행태라고 지적한다"고 했다.
심지어 민주당에서도 내부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당내 소신파인 조응천 의원은 박 장관을 향해 "우리편에 대한 피의사실 공표는 범죄고 상대편에 대한 공표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는 공익적 공표로 보는 것 아닌가, 검찰개혁의 결과가 이런 건가"라며 "이런 장면이 몇년 동안 반복된 것도 이번 재보선 패배의 원인 중 하나"라고 했다.
'그릇'은 무언가를 담는 도구지만 어떤 일이 사리에 맞지 않을 때 '그릇되다'라는 부정의 뜻으로도 사용한다. 그래서 그릇은 불완전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릇이 불완전한 것은 무언가를 담을 때에 비로소 완전해지기 때문이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그릇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은 온전히 정당과 정치인의 몫이다. 그릇에 무엇을 담는가에 따라 올바른 정치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 여권이 또다시 닥친 4·7 재보선 후폭풍을 이겨내고 내년 대선에 어떤 크기의 그릇으로 임할지는 오직 그들에게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