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취임사에서 “구시대의 잘못된 관행과 과감히 결별하겠다”며 “대통령부터 새로워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장 먼저 약속한 것이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고 “퇴근길에는 시장에 들러 마주치는 시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겠다”고 했으며 “때로는 광화문광장에서 대토론회를 열겠다”고 했다.
21일 밤 문 대통령 임기 중 두 번째이자 사실상 마지막 ‘국민과의 대화’는 4년 반 전 문 대통령의 취임사 약속을 상기시키는 자리였다. 문 대통령은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국민과의 대화’는 임기 절반이 지난 2019년 11월 19일에 처음, 그리고 임기가 채 반년도 남지 않은 2021년 11월 이날 두 번째로 열렸다.
혹자는 횟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할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소통의 내용을 따져보자. 두 차례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답답한 마음을 해소할 수 있었을까. 국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부동산 문제를 예로 들겠다.
첫 번째 ‘국민과의 대화’ 당시 거듭되는 정부의 고강도 규제 대책에도 부동산 가격이 잡히지 않자 국민들은 걱정이 태산이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취임 후) 대부분의 기간 부동산 가격을 잡아왔고 전국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오히려 하락했을 정도로 안정화됐다”고 했다.
현실 인식에서 착오가 생기니 해법이라고 다를 리 없었다. 문 대통령은 “지금 서울 쪽 고가주택,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다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데 정부가 강도 높게 합동조사하고 있으며 정부는 여러 가지 방안이 있다”며 “현재 방법으로 못 잡으면 보다 강력한 여러 가지 방안들을 계속 강구해서라도 반드시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에서는 자신이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고 했다.
호언장담이 빗나갔지만 2년 뒤 두 번째 ‘국민과의 대화’에서도 문 대통령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대화에서 “지금은 우리 정부 기간 동안 역대 어느 정부보다 입주 물량이 많다. 인허가 물량도 많다. 앞으로 계획되는 물량도 많다”며 “앞으로는 공급문제가 충분히 해소되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거기에 힘입어서 부동산 가격도 안정세로 접어들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수요·공급의 질과 내용을 따지지 않고 단순 양에만 집착했다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또 “우리 정부로서는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 ‘잘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이 없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다음 정부에까지 어려움을 넘어가지 않도록 해결의 실마리는 확실히 임기 마지막까지 찾도록 하겠다”고 했다. ‘부동산 시장 안정 자신 있다’던 장담은 이제 ‘해결 실마리를 확실히 찾겠다’는 장담이 됐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겠다’는 약속 외에도 여러 가지 약속을 했다. 그 가운데는 “불가능한 일을 하겠다고 큰소리치지 않겠다”는 약속도 있었다. ‘우리 정부에서는 부동산 자신 있다’는 장담은 이미 허언이 됐다. ‘임기를 마치기 전 확실히 실마리를 찾겠다’는 장담마저 어긋나지 않을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