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민 하이투자증권 선임연구원
테슬라 주가가 연초부터 심상치 않다. 테슬라 시가총액은 자동차시장 상징과도 같았던 지엠과 포드 시총을 멀찌감치 앞지르고 있다. 위워크가 IPO에 실패한 후 소프트뱅크가 이끄는 큰 그림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도 들리고 있지만, 결국 궤도에 다시 진입하고 있다. 이미 투자자 시선은 전통 자동차업체보다 새로운 모빌리티 업체로 집중돼 있다. 전통 자동차업체는 조바심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 정보기술(IT) 업체가 개척하고 있는 로보택시 시장도 한몫하고 있다.로보택시는 말 그대로 자율주행차를 앱으로 호출해서 이용하는 서비스다. 구글 웨이모와 우버 ATG, 앱티브 리프트 연합이 본격적으로 진출한 상태다. 이들은 전통 자동차업체가 집중하는 첨단운전보조시스템(ADAS)에서 부분자율주행단계를 건너뛰고 곧장 완전자율주행단계 개발에 집중하는 전략을 구사하면서 초기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특히 구글 웨이모는 세계 최초로 백업운전자(Safety Driver) 없이 운영되는 무인 여객(Ride-only) 운송 허가까지 획득하며 기술적으로 가장 앞선 로보택시 운행을 준비하고 있다. 완성차 진영에서는 지엠이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를 통해 로보택시 양산 모델 오리진을 선보이며 본격적인 로보택시 시장 진출을 알렸다.
여기서 주목할 회사는 일본 토요타다. 토요타는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소프트뱅크와 함께 모네 테크놀로지를 공동 설립한 바 있다. 모네는 토요타 자율주행셔틀 '이팔레트'를 확산시키는 서비스 주체로서 일본 내 대표적인 결제, 유통, 운송, 소매, 헬스케어 업체로 구성된 모네 콘소시엄을 발족한 상태다.올해 2월까지 500개 업체까지 확대하면서 일본연합 다운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토요타가 앞선 미국업체와 사뭇 다른 전략을 취하게 된 배경에는 이미 2014년부터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현실이 있다. 일본은 지난 10년 간 면허를 자진 반납한 75세 이상 노인이 17배나 급증했다. 대중교통 없이는 마음대로 이동할 수 없는데, 대도시 외 지역버스 사업자들은 2005년도부터 만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식료품 점포로부터 500m이상 떨어져 살고 있는 고령인구가 일본 전국에 800만명, 지방엔 40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의료기관으로부터 반경 4km 떨어진 도서ㆍ벽지 지역은 637개에 달한다. 결국 이런 이동의 수급 불균형을 토요타와 소프트뱅크 주도의 일본연합이 해결함으로써 자율주행 기술에 사회적 명분을 부여하고, 정부의 규제완화를 이끌어 내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토요타와 소프트뱅크는 스마트 시티라는 확고한 지향점까지 함께 공유하고 있다. 토요타는 작년 미국 소비자가전쇼(CES)에서 후지산 기슭에 70만8000㎡ 규모 우븐시티를 2021년부터 착공하겠다고 공개했다. 소프트뱅크 역시 동남아 최대 승차공유업체 그랩과 함께 인도네시아의 새로운 수도가 될 보로네오 섬의 동칼리만탄을 대상으로 차세대 교통 인프라 투자에 나서고 있다. 즉, 토요타의 우븐시티는 내수 시장을 테스트베드 삼아 진행되는 스마트시티 실험 프로젝트지만, 그 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가 투자한 동남아의 그랩 중국의 디디, 미국의 우버, 인도의 올라 등 시장까지 영역을 넓혀갈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한국도 일본이 선험적으로 겪은 고령화, 인구공동화, 학생 축소에 따른 폐교확대, 노동력 감소 등을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규제 일변도의 국가정책도 유사하게 흘러가고 있다. 일본 모빌리티의 양상은 모네 테크놀로지의 설립 전후로 크게 달라졌다. 스마트시티의 그림을 연합의 형태로 그려나간 일본의 사례가 한국의 현대차를 비롯한 많은 대기업, 중소기업, 스타트업의 상생으로 번져나가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