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흔히 이사철이라고 하는 봄이 되면 '전세대란'이 시작된다. 정권 인수를 앞둔 윤석열 정부에게도 '봄'이긴 한가보다. 청와대를 벗어나겠다며 '이사'를 추진중이다.
선택지는 바뀌었다. 공약으로 거론됐던 광화문이 아닌 '국방부'다. "청와대에는 절대 들어가지 않겠다"(2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기존 청와대로 윤석열 당선인이 들어갈 가능성은 제로다"(16일 김은혜 대변인). 당선인의 의지가 확고해보인다.
윤 당선인은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겠다며 더 이상 '청와대'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통'을 강조했다.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주고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기 위함이라는 게 이전 배경이다.
그런데 '소통'이 보이질 않는다. 20일 당선인이 기자회견에 나서기 직전까지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속도조절론이 흘러나왔다고 한다. 대통령 집무실이 국방부로 옮겨가고 국방부·합동참모본부가 연쇄이동하는 데 드는 비용도 상당하다고 한다. 손실보상만 기다리는 자영업자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배경이다. 안보공백이 불거져 나오는데 안보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귀 기울이지 않는 분위기다.
더 큰 문제는 차기 대통령이 된 윤석열표 '정치'다. 항간에는 윤석열식 '인치(人治)'라는 말이 떠돈다. '법에 의지되는 것이 아니고 지도자 의지에 의해 움직이는 정치'를 우려해서다.
하다못해 구청이 옮기는 데도 주민들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하기 마련일 거다. 일반 가정도 윤 당선인이 제시한 50일이라는 시간은 이사하기도 빠듯한 시간이다.
‘용산행’의 명분을 떠나 다가오는 5월10일 임기 첫날을 용산에서 시작하고 말겠다는 발상은 마뜩치 않다. 선거 과정에서 현 정부의 '불통'을 걸고 넘어졌던 당선인이 충분한 설득의 과정도 없이 자취방 이사하듯이 강행하는 행보가 우려스럽다.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고 한 윤 당선인의 말이 뇌리에 남는다. '공간'보다 '국민'이 의식을 지배하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화제를 돌려보자. '이전 논란'은 대통령 집무실에 국한되지 않는다. 금융권도 지방 이전 논란에 숨 죽이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 측 말을 빌리자면 산업은행 뿐 아니라 수출입, 기업, 투자공사까지 지방 이전 검토 대상에 넣을 것이라고 한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유세 현장에서 "산업은행 외에 대형은행, 외국은행들도 부산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도 있다.
은행 구성원들의 반발은 거세다. 전국금융산업노조는 지방이전 계획이 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경우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산은 뿐 아니라 다른 금융공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금융공기업들은 "인력 유출에 시달릴 것"이라고 한다. 금융공기업들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거라고도 우려한다.
국책은행 하나 지방으로 갔다고 해서 그곳이 금융중심지가 될리는 만무하다. 변변한 금융1번지도 없는 국내 시장을 뒤로 하고 씨티은행 등 철수 선언만 하는 외국계 은행만 늘어나는 중이다. 정권은 교체됐는데 '관치(官治)'는 여전하다는 성토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