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호남당 전락 일보 앞서 경기지사 기사회생
[매일일보 조민교 기자]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광역단체장 선거 최종 집계 결과, 국민의힘이 12곳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다. 자칫 호남당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선거 최대 승부처인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개표 종료 직전 뒤집기에 성공하며 최악의 사태는 모면했다.
◼수도권, 국민의힘 2 vs 민주 1
4년 전 제7회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석권했던 수도권은 이번 선거에서 ‘2대 1’ 국민의힘 우세로 결론 났다.
서울시장 선거 결과는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59.05% △민주당 송영길 후보 39.23%, 경기도지사 선거는 △민주당 김동연 후보 49.06%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 48.91%, 인천시장 선거는 △국민의힘 유정복 후보 51.76% △민주당 박남춘 후보 44.55%로 최종 집계됐다.
당초 전날 개표 초반만 해도 국민의힘은 수도권 3곳에서 모두 승리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번 선거 최대 격전지였던 경기도지사 선거도 김은혜 후보의 박빙 승리가 점쳐졌다. 하지만 개표가 진행되면서 막판 대역전극이 펼쳐졌다. 전날 오후 8시 40분께 개표가 시작된 이후 근소한 차이로 앞서가던 김은혜 후보와 추격하던 김동연 후보 간 격차는 새벽 시간대부터 좁혀지기 시작, 이날 오전 5시32분께 김동연 후보가 역전에 성공했다.
김동연 후보가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긴 했지만 0.15%포인트 차이 승리다. 지난 3.9 대선 승부를 가른 0.73%포인트 표차보다 더 작은 차이다. 더욱이 민주당은 대선 당시 경기도에서 5%포인트 이상 앞섰다.
◼국민의힘, 중원·강원 석권
수도권을 둘러싸고 있는 중원과 강원도 역시 4년 전 선거 때는 민주당이 석권한 지역이다. 이번에는 국민의힘이 모두 승리했다.
대전시장 선거 결과는 △국민의힘 이장우 후보 51.19% △민주당 허태정 후보 48.80%, 세종시장 선거는 △국민의힘 최민호 후보 52.83% △민주당 이춘희 후보 47.16%, 충남도지사 선거는 △국민의힘 김태흠 후보 53.87% △민주당 양승조 후보 46.12%, 충북도지사 선거는 △국민의힘 김영환 후보 58.19% △민주당 노영민 후보 41.80%로 최종 집계됐다. 또 강원도지사 선거는 △국민의힘 김진태 후보 54.07% △민주당 이광재 후보 45.92%로 집계됐다.
이 같은 결과에는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2년 만에 보수정당 후보가 승리한 강원도는 윤 대통령의 외가가 있는 곳인데다 윤 대통령의 죽마고우인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의 지역구가 속한 곳이다. 국민의힘은 이를 최대한 활용해 선거전 내내 ‘힘 있는 여당 후보론’을 유권자들에게 설파했다. 또 충남도지사에 당선된 김태흠 당선자는 사실상 윤 대통령이 낙점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충북도지사에 당선된 김영환 당선자는 윤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특별고문이었다.
◼국민의힘, PK 탈환·영남 석권
영남은 보수의 텃밭으로 불리지만 4년 전 지방선거에서 보수는 대구시장·경북도지사를 지켜내는 데 그쳤다. 부산시장, 울산시장, 경남도지사 모두 민주당이 차지하는 이변이 일어난 것. 하지만 이변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는 물론이고 부산시당, 울산시장, 경남도지사까지 모두 석권했다.
부산시장 선거 결과는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 66.36% △민주당 변성완 후보 32.23%, 울산시장 선거는 △국민의힘 김두겸 후보 59.78% △민주당 송철호 후보 40.21%, 경남도지사 선거는 △국민의힘 박완수 후보 65.70% △민주당 양문석 후보 29.43%, 대구시장 선거는 △국민의힘 홍준표 후보 78.75% △민주당 서재헌 후보 17.97%, 경북도지사 선거는 △국민의힘 이철우 후보 77.95% △민주당 임미애 후보 22.04%로 최종 집계됐다. 하나같이 큰 격차가 난 승부였다.
◼호남서 국민의힘 의미 있는 패배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은 이번에도 민주당이 석권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후보들 모두 의미 있는 득표로 호남 민심의 변화가 엿보였다.
광주시장 선거 결과는 △민주당 강기정 후보 74.91% △국민의힘 주기환 후보 15.90%, 전남도지사 선거는 △민주당 김영록 후보 75.74% △국민의힘 이정현 후보 18.81%, 전북도지사 선거는 △민주당 김관영 82.11% △국민의힘 조배숙 후보 17.88%로 최종 집계됐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호남 득표율은 광주 12.72%, 전남 11.44%, 전북 14.42%였다. 국민의힘 모두가 윤 대통령의 득표율을 넘어서 새로운 기록을 쓴 것이다.
이에 대해 이정현 후보는 이날 “떨어져서가 아니라 전남도민의 성원에 운다”고 낙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루어 지지 않듯 한 자리 숫자가 11% 되고 다시 18% 돼 마침내 50%를 넘는 날이 올 것”이라며 “희망을 갖고 다음 선거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과거 19대 국회에서 곡성·순천 보궐선거에 출마에 승리하고, 이어 20대 총선에서도 또 다시 승리해 지역주의의 벽을 깨뜨리는 파란을 일으킨 바 있다.
한편, 제주도지사 선거 결과는 △민주당 오영훈 후보 55.14% △국민의힘 허향진 후보 39.48%로 최종 집계됐다. 제주도지사 선거는 4년 전 지방선거 때 보수진영의 원희룡 후보가 무소속으로 나와 당선됐던 곳이지만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