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손봉선기자] 감사원은 지난4월 ‘석유화학산업단지 배관 안전관리실태’ 보고서를 통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여수시에 여수산단 사외배관 데이터베이스(DB) 보완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여수산단에는 전체 배관 연장 2092㎞ 가운데 32.6%가량에 해당하는 682㎞가 지하에 매설돼 있는데, 이 중 2만7198m(19개 배관)에 대한 위치를 여수시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대책 마련을 요구한 것이다.
사외배관은 산단 내 입주한 공장들끼리 고압가스나 화학물질 등 위험물을 주고받는 데 쓰이는 배관으로 배관 추가 등을 위해 굴착공사를 시행할 때 기존 배관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건드릴 경우 폭발할 위험성이 매우 크고, 소형 배관의 경우 협소한 작업공간으로 인해 되메우기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텅 비어있는 공동에 의한 지반침하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또 주변에 매설된 배관이 손상돼 고압가스, 유독물, 위험물이 누출될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특히 여수산단은 조성 이후 20년 이상이 경과돼 배관의 부식, 노후화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현재 여수산단에서는 연평균 86.4건의 굴착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최근 5년간(2017~2021년) 이뤄진 굴착공사는 432건에 달한다. 굴착공사와의 연관성이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같은 기간 64건의 화재·감전·누출 등 각종 사고가 발생해 13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처럼 언제 대형 사고가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여수시는 사외배관 관리·운영을 그간 여수산단에 떠넘겼었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여수시는 과거 수십억원을 들여 만든 산업단지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토대로 사외배관 DB를 구축해 놓고도 이 시스템의 운영이 중단되도록 방치했다.
여수시는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총 45억원(국비 22억5000만원)을 투입해 여수산단 GIS시스템을 구축했다. 1994년 서울 아현동과 1995년 대구 지하철 공사장 등 잇따른 도시가스 폭발사고를 계기로 지하에 매설된 각종 배관에 대한 정보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된 데 따른 조치였다.
고압가스법에 따라 배관 설치 허가권자인 여수시는 GIS시스템 구축 다음해인 2007년 여수산업단지공단과 DB관리·운영 협약을 체결했다. 여수시는 DB소유권만 갖고 GIS의 실질 운영은 공단에 맡긴다는 것이 골자였다.
이후 2013년쯤 여수산단 측은 GIS시스템의 프로그램 업그레이드 등을 위한 재정 지원을 요청했지만 여수시는 유지·관리가 산단 소관 업무라는 이유를 들어 이를 거부했다. GIS 장비 노후화와 시스템 유지로 인해 입주기업들의 부담이 커진 2018년 2월 산단 측은 결국 GIS 운영 중단을 결정했고, 여수시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같은해 7월 GIS시스템은 사실상 폐지됐다. 누락된 배관 정보가 많아 정확도와 활용도가 낮은 것도 GIS가 폐지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산업부는 여수시가 입주기업들로부터 누락된 사외배관 정보를 모두 확보하면, 이를 기반으로 3차원으로 구축된 사외배관 DB기반의 재난·안전모니터링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 해당 사업은 오는 2023년 12월31일까지로 총 29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결론은 여수시가 누락된 사외배관정보를 찾아내지 못하면 290억원의 예산도 낭비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사단법인 여수시민협은 "여수산단의 GIS시스템 폐지는 시민의 안전을 무방비 상태로 노출시킨 것으로 하루빨리 GIS시스템을 복구하여야 하고, 누락된 지하배관을 찾아 다시 통합시스템으로 구축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