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中원료의약품 수입액, 전체 34%
[매일일보 이용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중국에 대한 원부자재 수입 및 의약품 수출 의존도가 높아 자립성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연이은 의약품 가격 인상의 주요 원인은 중국에서 수입하는 원자재 가의 상승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동아제약은 오는 10월부터 감기약 판피린큐의 공급가를 12.5% 인상할 예정이며, 광동제약도 7월 중 한약 성분 감기약 ‘쌍화탕’ 가격을 15% 올렸다.
국내 의약품 원부자재 수입의 중국 의존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원료의약품 수입액 중 중국산이 6억 8014만달러로 가장 많았다. 전체 원료의약품 수입액 20억 155만달러 중 34%를 차지할 정도다.
특히 한방 관련 일반 의약품 상당수가 중국산 원부자재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성경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 7월 제약바이오협회 정책보고서 기고문을 통해 “중국산 원료의약품 가격이 팬데믹이 시작하기 전보다 20~30%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원료의약품 가격이 오른 원인으로 코로나19 사태 초기 인도와 중국이 공장 폐쇄 및 수출금지 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K-뷰티’를 선도하고 있는 미용 관련 의약품의 수출에도 적신호가 켜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한국이 중국으로 수출한 보톡스 제품의 수출액이 지난해 동기간 대비 70.87% 감소했다.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 P씨는 “독소가 포함된(보톡스 제품) 의약품에 대한 유통과 시술을 강력하게 단속하기 시작한 것이 원인”이라며 “관련 의약품 시장의 강자는 한국 기업이다. 당시 한중관계가 최악이었으므로 정치적인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현재 국내 기업 중 중국 당국에게 보톡스 판매 허가를 받은 곳은 휴젤 뿐으로, 다른 보톡스 제조사들은 중국 보톡스 시장 진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바이오산업의 자립을 강조한 만큼, 국내 기업이 제품 수출과 원자재 수입을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국내 경제와 의료에 큰 타격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5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제14차 5개년 생물(바이오) 경제 발전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의약품(신약 개발), 백신, 첨단 진단·치료 기술과 장비(의료기기), 생물의약 재료, 정밀의학, 검사·테스트, 생물 건강 관리 등을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미국을 추월해 자국 제약 산업의 자주권을 행사하기 위한 정책인 만큼, 중국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한국 기업의 대중국 수출 감소와 사업 축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K제약사 관계자는 “의약품 원자재 수출 최강자인 중국이 이를 볼모로 국민 의료에 치명적인 협상을 시도할 수도 있다”며 “한국과 중국의 정치적인 문제와 관계없이, 국내 업계의 의약품 자립은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