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수입물가가 급등하는 가운데 환율마저 치솟으면서 기업들이 비명을 내지르고 있다. 환율이 수입물가를 자극해 교역조건이 최악으로 치닫아서다. 수입기업들을 중심으로 기업경기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우리 경제도 침체의 늪에 들어서고 있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82.49을 기록하며 1988년 1월 통계작성 이래로 7월에 이어 또다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수입가격이 수출가격보다 더 크게 올라 전년동월대비 10.3% 하락했다. 17개월 연속으로 교역조건이 악화된 것이다.
17개월째 이어진 교역조건 악화로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되는 가운데 8월 경상수지마저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뜩이나 불안한 환율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8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 따르면 올해 8월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82.49로 전년 동월 대비 10.3% 하락했다. 전월 대비로도 0.3% 하락해 1988년 1월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17개월 연속 떨어졌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수출 상품 한 단위 가격과 수입 상품 한 단위 가격 비율을 보여주는 지표다. 상품 100개를 수출하면 82.49개를 수입할 수 있어 교역조건이 악화됐다고 볼 수 있다. 교역조건이 나빠지면 국민 실질소득 감소와 함께 경상수지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8월 대규모 무역적자로 경상수지가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원·달러 환율 불안이 나타날 수 있다.
서정석 한은 경제통계국 물가통계팀장은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지난 7월에 이어 다시 한번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며 “국제 유가 하락세가 개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나 반도체, 석유제품, 화학제품이 약세를 보여 수출품 가격이 좀 더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기업들 대부분은 고환율이 영업이익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인식했다.
29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500대 수출제조기업 재무 담당자(105개사 응답)를 대상으로 ‘환율 전망과 기업 영향’ 설문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기업들은 환율 전망치 상승에 따라 영업이익은 평균 0.6% 악화하고, 매출은 평균 0.3%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환율이 영업이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응답 기업의 45.8%는 ‘감소’, 36.2%는 ‘증가’, 18.0%는 ‘영향 없음’이라고 답했다.
전경련은 환율 상승으로 인한 원자재 수입단가와 물류비 등의 생산비가 불어나 매출 증대 효과를 상쇄시킨다고 분석했다.
환율 급등에 대한 대응책으로는 응답 기업의 31.1%가 ‘인건비 등 원가 절감’, 24.8%가 ‘수출입 단가 조정’, 14.0%가 ‘상품 투자 등 환 헤지 전략 확대’ 등이라고 답했다. ‘별다른 대응책이 없다’는 기업도 11.4%로 조사됐다.
설문에 응답한 기업들은 환율안정 정책 과제로 43.5%가 ‘외환시장 안정 조치’, 15.9%가 ‘수출입 관련 금융·보증 지원’, 15.6%가 ‘공급망 안정화’, 11.1%가 ‘주요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지금 환율 수준은 우리 경제 상황을 고려했을 때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통화스와프 확대 등 정부의 적극적인 외환시장 안정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