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는 외신기자들 앞에서 농담을 하고, 행정안전부 장관은 참사가 막을 수 없었던 것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경찰청장은 캠핑장에 있었고, 용산경찰서장은 뒷짐을 지고 산책하듯 현장으로 향했고, 용산구청장은 사전대책회의를 대충하고 축제 행사에 나섰다.
또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홍보수석은 국회에서 "웃기고 있네"라는 필담을 나누고, 대통령은 애도기간 매일 조문을 하면서도 뒤에서는 야당 공세에 여당이 소극적이라며 불만을 표했다.
반대로 참사의 참혹함 속에서 손을 벌벌 떨며 현장을 지휘하던 이는 과실치사상으로 입건됐다.
경찰청 특수수사본부(특수본은)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지휘한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참사 당일 밤 10시15분 이전에 현장 상황을 보고도 인명 구조와 구급 처치 등에 필요한 지시를 적절히 하지 못했고, 소방 대응 2단계를 발령할 권한이 있음에도 이행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이를 두고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등은 강력하게 항의했다. 참사에 떳떳한 소방관은 없지만 일선 지휘관 책임을 묻는 것은 7만 소방관 전체를 희생양으로 삼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공감한다. 최 서장의 책임이 없다는 게 아니다. 다만 방법과 우선순위가 틀렸다.
"웃기고 있네"라는 필담까지 나누는 실정이니 말이다. 사적대화. 그 사적대화를 참사의 원인과 책임 그리고 재발방지를 묻는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장에서 나눌 일인가. 그렇게 메모지에다 적을 만큼 얼마나 웃기는 일이 있었던 것일까 자뭇 궁금하다.
한쪽에서는 꼬리자르기식 현장 책임자의 과실을 따지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농담을 하고 필담을 한 뒤 "죄송하고 송구하다"는 말로 상황을 종료시킨다.
특히 윤 대통령이 당 지도부 친윤 인사들에게 당의 대응이 소극적이라고 불만을 표했다는 점도 눈길이 간다.
반문한다. 그러면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의 외신기자회견에서의 농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부적절한 참사에 대한 인식, 강승규 시민사회수석과 김은혜 홍보수석의 웃기는 필담 논란 등의 구설수는 문제가 없다고 보는 것인가.
현재로서는 총리와 장관, 수석의 부적절한 언행은 대수롭지 않고 야당 공세에 보다 적극적이지 못한 태도가 더 큰 문제라는 인식을 대통령이 갖고 있는 듯 하다.
야당의 공세는 어디서 비롯됐나 다시 묻는다. 물론 참사의 원인과 현장 조치 그리고 책임 소재와 재발방지책 등이 주요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총리·장관·수석·구청장·경찰 등의 이해하지 못할 참사 당시 대응 태도와 이후의 부적절한 언행이 야당의 공세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고 봐야 한다.
연일 농담·필담과 사과 보도가 이어진다. 잘못된 흐름이다. 이제는 참사의 책임 소재를 따져 그에 맞는 처벌을 하고, 재난대응 시스템을 점검하고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장치를 마련해야 할 때다. 사고 수습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인만큼 도련님과 집사들에게 회초리를 들고, 심지어는 쫓아내야 하는 강수를 둬야 한다.
국정운영에 참여하는 이는 엄청난 권한을 가지는 대신 그만큼의 책임도 갖는다. 뭐가 진짜 문제이고 무엇이 정말 심각한 상황인건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뭐 하나 제대로 하는게 없어 보인다.
구설수를 만들고 그로 인해 야당의 공세가 한층 강하게 전개되고, 여당은 수습하기에 급급한 현재의 모습은 국민들에게 짜증만 안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