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서 정보계장 특수본 소환 앞두고 사망…극단 선택 추정
박희영 용산구청장 수사도 속도…이틀째 구청 직원 소환
[매일일보 여이레 기자] 이태원 참사 발생 후 핼러윈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내용의 정보보고서를 삭제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받던 용산경찰서 간부가 11일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따라 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수사가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이날 낮 12시 45분께 용산경찰서 정보계장 정모(55) 경감이 서울 강북구 수유동 자택에서 숨져 있는 것을 함께 살던 가족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발견 당시 상황으로 미뤄 정 경감이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구체적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정 경감은 전날 일부 동료에게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전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서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정 경감은 다른 직원을 시켜 정보보고서를 작성한 정보관의 업무용 PC에서 문건을 삭제하고 이 과정에서 정보과 직원들을 회유·종용했다는 의혹으로 특수본 수사 대상에 올랐다.
특수본은 정 경감과 상관인 김모 정보과장(경정)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증거인멸·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이달 7일 입건하고 용산서 정보과 직원들을 차례로 불러 사실관계를 파악해왔다.
특수본은 관련자 추가 조사와 압수물 분석이 완료되는 대로 정 경감을 소환할 방침이었다. 정 경감은 대기발령 상태로, 아직 소환 통보는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피의자가 사망했으나 특수본은 일단 절차대로 관련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우선 정 경감의 상관인 용산서 정보과장을 중심으로 수사하면서 윗선인 박성민(55)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 관련 의혹도 면밀히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
박 부장은 용산서를 포함한 일선 경찰서 정보과장들이 가입된 메신저 대화방에서 "감찰과 압수수색에 대비해 정보보고서를 규정대로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박 구청장의 과실치사상 혐의 입증에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특수본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용산구청 직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박 구청장의 참사 당일 행적 등을 조사하는 한편 박 구청장을 출국금지했다.
불법증축 혐의로 입건된 해밀톤 호텔 대표이사 이모(75) 씨에 이은 두 번째 출국금지 조처다.
이씨와 용산구청 등 관계기관의 유착 관계 여부도 핵심 수사 대상 가운데 하나다.
이씨는 2020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용산복지재단 이사장을 지냈고, 용산경찰서 경찰발전협의회 위원으로도 활동하는 등 용산구 기관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구청은 특수본 수사가 시작된 이달 7일에야 해밀톤호텔을 포함한 불법 건축물 7곳을 건축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뒤늦게 고발해 의혹을 키웠다.
특수본은 이밖에 4월 일반음식점도 음향시설을 갖추고 손님이 춤을 출 수 있도록 한 '춤 허용 조례'가 용산구의회에서 의결된 경위, 용산구청이 정부와 서울시 등의 요구에도 78분이나 재난 문자 발송을 지체한 배경 등을 살펴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