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철강 PSI 소폭 상회…반도체는 27·호조세 자동차 67로 100아래로 떨어져
[매일일보 여이레 기자] 최근 발표되는 각종 경제관련 지표가 모두 업황 악화를 가리키고 있어 내년 산업계 업황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 이른바 3고(高) 국면이 본격화하는 추세 속 화학·철강을 제외한 나머지 국내 제조업 업황은 꽁꽁 얼어붙을 태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경기 전문가 서베이 지수(PSI)부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까지 비관적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전문가 서베이 지수(PSI)를 발표했다.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울수록 전월 대비 악화(감소) 의견이 많다는 뜻이며, 200에 근접하면 그 반대다.
국내 제조업의 12월 업황 현황 PSI는 78로 전월(77)보다 소폭 오르며 3개월 만에 상승을 나타냈으나 부정 평가가 더 우세했다. 생산(85)과 투자(72)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제조업 재고 지수는 2020년 6월 이후 최고치인 122를 기록했다.
세부 업종별로 살펴보면 내년 1월 업황 전망에서 화학과 철강만 PSI 100을 소폭 상회했을 뿐 반도체(27)·자동차(67)·가전(67)·디스플레이(68) 등 주력 업종 대다수가 100을 훨씬 밑돌았다.
유일하게 호조세였던 자동차 PSI는 6개월 만에 100을 하회했다. 12월 업황 전망 PSI가 106이었던 자동차의 내년 1월 지수는 67에 그치며 업황 악화로 평가가 급선회했다.
우리 경제의 기둥인 수출의 내년 1분기(1~3월) 실적도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 PSI는 코로나19 유행 초반이던 2020년 5월 이후 최저치인 79로 하락했다.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내년 1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를 81.8로 집계했다. EBSI 지수가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기업들의 다음 분기 수출 경기가 직전 분기보다 악화할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EBSI 지수는 올해 2분기부터 4분기 연속 기준선인 100을 크게 하회 중이다.
수출실적 50만달러 이상 1268개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진 이번 조사에서 기업들은 올해 4분기(84.4)보다도 내년 1분기에 수출 체감 경기가 더욱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무협은 수출기업들이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과 제조원가 상승, 자금난 심화라는 삼중고에 시달리며 수출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은 잔뜩 움츠린 모습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18일 발표한 ‘2023년 기업 경영전망 조사’에 따르면 전국 30인 이상 기업 240개사(응답 기업 기준) 중 45.8%는 새해 경영계획의 초안도 수립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어 기획재정부는 최근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6%로 예상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 미만이었던 경우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고 외환위기에 빠졌던 1998년 초를 제외하고 이번이 처음이다.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IB)들도 우리나라가 내년 1%대 초반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 역시 지난 1일 ‘현 경기국면에 대한 진단 및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국내 경기가 수축 국면에 접어들고 있으며 대내외 경제 여건이 밝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국내외 경제의 고강도 긴축과 기준금리 인상이 소비 하락과 실물경제 악화를 초래하고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을 높여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봤다. 특히 이번 경기 수축기는 전례 없는 강력한 긴축이 동반돼 경기가 단기에 급락할 가능성이 있으며, 부채가 누증됨에 따라 경기 수축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