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효길 기자] 이른바 ‘뽑기’, ‘가챠’로 불리는 확률형아이템 법제화가 국회에 의해 해를 넘기게 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 20일 법안소위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유동수·유정주·이상헌·전용기 의원,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발의한 게임산업법 개정안을 심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게임사가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와 구성 비율을 의무적으로 이용자에게 알리도록 하고, 미표시 게임을 유통하거나 조작·허위 기재가 드러날 시 처벌하도록 했다. 하태경 의원안은 일정 규모 이상의 게임사에 '게임물이용자위원회'를 의무적으로 두도록 하고, 위원회가 확률형 아이템 관련 정보를 조사하거나 시정 요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소위원회 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이런 내용이 담긴 법안을 통과시켜 전체회의에 상정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문체위에서 민주당 간사인 김윤덕 의원이 “업계 자율규제가 잘되고 있는 상황에서 법으로 규제하면 산업계에 피해를 줄 수 있고, 해외 게임사와의 역차별 우려가 있다”라는 신중론을 내면서 심사가 내년 1월까지 지연되는 상황이다.
또 뽑기를 위한 뽑기 즉 이중뽑기를 금지하는 법안도 묶였다는 게 문제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게임산업법 개정안 중에는 유동수 의원이 발의한 ‘컴플리트 가챠’ 금지 법안이 있다.
컴플리트 가챠는 확률형 아이템 뽑기로 나온 결과물을 모아 특정 조합을 완성하면 희귀한 아이템을 보상으로 주는 시스템을 말한다. 사행성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게임업계는 전반적으로 확률공개 의무화 자체보다는 처벌 조항의 존재, 해외 게임사와의 역차별 논란을 민감하게 여기는 분위기다.
게임 이용자 권리 보호에 대한 고민이 없어 보인다. 확률형아이템 시스템은 이용자에게 아이템 보상을 기대하고 지나치게 많은 비용을 투입하게 만드는 구조다. 따라서 원하는 아이템을 얻지 못하면 이 때까지 투자한 비용은 고스란히 매몰비용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를 통해 자율규제를 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다빈치가상대학장)은 성명서를 내고 “확률형 아이템 모델은 소위 ‘IP 우려먹기’와 결합돼 한국 게임산업의 보수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라며 “산업계 스스로가 돈벌기 쉬운 방식에 안주해 게임산업의 혁신은커녕, 퇴행화, 사행화를 촉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보 공개는 게임의 사행화를 막기 위한 최소한 조치”라며 “만일 이러한 최소한의 조치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더욱 강력한 법안이 등장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법제화를 통해 게임사가 확률을 속이면 처벌해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