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통신업계에 물가 안정을 위한 고통 분담을 요구한 가운데, 관련주들이 하락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울상이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7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KB금융은 전거래일보다 0.4% 오른 5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나금융지주는 4% 올랐고, 신한지주와 우리금융지주도 각각 1%, 2% 상승 마감했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0.7% 소폭 내린 2만5300원에 마쳤다.
다만 이는 일시적인 반등으로 해석된다. 최근 며칠간 투자자들은 금융주들을 2500억원 넘게 팔아치웠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와 카카오뱅크에서 지난 14일부터 16일 사이 총 2532억8000만원치를 순매도 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KB금융 971억원, 하나금융지주 433억원, 신한지주 423억원, 우리금융지주 103억원 순으로 순매도 금액이 컸다.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금융주 주가도 나흘 새 4%, 많게는 10% 넘게 급락했다.
투자자들이 금융주에 대해 매도공세를 퍼붓는 배경은 윤 대통령이 은행을 겨냥한 작심발언 탓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 모두발언에서 “통신·금융 분야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과점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정부의 특허사업”이라며 “업계에서도 물가안정을 위한 고통 분담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은행의 역대급 실적에 따른 ‘돈 잔치’ 논란을 계기로 금융감독원이 5대 시중은행의 과점 체제에 메스를 들이대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하면서 금융주 하락 폭이 커졌다.
금융투자업계에선 금융지주가 주주환원을 확대하며 주가 상승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으나 금융당국의 규제 우려가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은행주는 대통령의 ‘돈잔치’ 경고와 금융당국의 시중 은행 과점 규제 우려감으로 투자심리가 악화돼 외인을 중심으로 매도세를 보이며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도 “금융권에서는 금융사들의 경영 자율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