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헌 80조, '기소 시 직무 정지'…'정치 탄압'은 예외
친명 "대표직 유지 가능", 비명 "자진 사퇴해야"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검찰이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으로 오는 2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기소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민주당 '당헌 제80조'를 둘러싼 논란도 다시 불이 붙고 있다. 여기에 비이재명계(비명계)에서 요구하는 당직 개편과 관련해 당헌 80조 적용 권한이 있는 당 사무총장의 포함 여부까지 맞물리면서 계파 간 신경전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21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이 대표를 오는 22일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기소 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할 수 있다'는 당헌 80조의 적용 문제가 계파 간 갈등의 핵으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친이재명계(친명계)는 이 대표가 기소되더라도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친명계 김용민 의원은 지난 20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와 가진 인터뷰에서 "기소 여부와 상관없이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는 당헌상 근거들이 마련돼 있다"며 "당 대표를 뽑을 당시에도 이미 대장동 사건에 대한 수사는 검찰이 집요하게 계속해오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이 말한 근거는 당헌 80조의 3항으로, '정치 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당무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직무 정지에 예외를 두도록 했다. 검찰의 이 대표에 대한 수사 목표가 '정적 제거'인 만큼 3항에 부합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김 의원은 현재 1심 재판이 진행중인 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에도 "무죄 추정 원칙 때문에 유죄가 확정될 때까지는 문제가 없다"며 "낮은 벌금액이 나오면 대표직을 유지하거나 공직을 유지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이 대표 사퇴에 선을 그었다.
친문재인계인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앞선 당헌 80조 삭제 논란을 언급하며 "(해당 조항은) 뇌물을 받거나 돈을 받은 사람들에 대해 당원권을 정지한다는 취지"라며 "이 대표 경우 검찰도 지금 돈과 관련된 건 없다는 거다. 당헌 80조를 안 건드려도 당무위에서 충분히 해석하고 넘어갈 문제"라고 친명계 주장에 힘을 실었다.
반면 비명계는 이 대표가 당헌 80조 3항에서 말하는 '정치 탄압'에 해당하는지 논의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용진 의원은 전날(20일) KBS라디오에서 "이 대표기 기소되면 심각하게 정리해야 될 문제들이 있다"며 "아직 당헌·당규가 살아 있기 때문에 당 안에서 적절한 논의와 절차를 밟아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 비명계인 이상민 의원은 "이 대표가 '선당후사' 정신으로 신변에 대한 거취 정리를 빨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지금 대표에서 물러나 본인 무고함을 밝히는 데 집중하고, (무고함이) 밝혀지면 복귀하는 형식을 취하라"며 자진 사퇴를 거듭 압박했다. 이 대표 기소가 당헌 80조 예외 조항에 부합하더라도 '방탄으로 비친다'며 선제적 대응을 주문한 셈이다.
여기에 당 지도부가 고려 중인 '인적 쇄신' 범위에 사무총장 포함 여부도 언제든 터질 수 있는 '화약고'다. 사무총장은 차기 총선에서 공천 실무를 담당하는 데다가, 논란의 당헌 80조 적용 권한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비명계는 현재 당 지도부를 포함해 주요 당직이 모두 친명계인 점을 이유로 다양한 목소리를 지도부가 들어야 한다는 이유로 사실상 비명계 사무총장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친명계는 '당 3역' 중 하나인 사무총장과 당 대표는 호흡이 중요하다며 비명계의 사무총장 교체를 반대하고 있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지난주 당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와도 회동에 이어 당내 김근태계 모임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 의원들을 만나 인적 쇄신 요구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의원들과의 소통 행보로 계파 간 갈등을 풀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