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한국은행이 지난 2월에 이어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하면서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한 사람)'의 금리 부담이 완화될 전망이다.
특히 고금리 부담이 경감되면서 지금까지 대세였던 고정금리 선호 현상이 완화되고 차주들이 다시 변동금리로 방향을 틀지도 주목된다.
이번 기준금리 동결에 당분간 금리 인상 사이클에 제동이 걸린 만큼 시장금리가 더 떨어져 대출금리 하락세가 탄력을 받을 수도 있어서다. 당장은 고정금리가 낮은 상황이지만 앞으로 금리가 떨어질 거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변동금리 수요가 높아질거란 관측도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고정형(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11일 기준 연 3.64~5.86%로 집계됐다. 지난달 10일(연 4.49~6.39%)과 비교하면 불과 한 달 새 상·하단 금리가 각각 0.53%포인트(p), 0.85%p 내려간 것이다. 시중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 하단이 3%대까지 낮아진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1년여만이다.
이는 올 초 4%대 후반까지 치솟은 채권금리가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 기대감에 힘입어 최근 3%대까지 떨어져서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혼합형 주담대의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무보증·AAA)의 금리는 지난달 2일 4.561%에서 지난 10일 3.810%까지 떨어졌다.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의 경우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하락하며 덩달아 내려가는 추세다. 12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4.18~6.20%로 한 달 새 하단과 상단이 모두 0.74%p 낮아졌다.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지난해 11월 4.34%로 최고점을 찍은 후 지난 2월까지 3개월간 0.81%p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동결을 선언하면서 앞으로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하락세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한은이 7연속 기준금리 인상 이후 2번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지난 2021년 8월, 금리인상기 시작 이후 처음”이라며 “한은의 달라진 행보에 올해 안에 금리를 내릴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생기면 시장금리가 하락해 대출금리도 더욱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금리가 하락할 가능성이 더 커지며 금리 상승기에 불어난 이자 부담으로 고통을 호소했던 차주들은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한은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상 폭인 0.25%p만큼 오를 경우 차주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이 16만4000원 늘어나는 것으로 산출된 바 있다.
한편 대출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차주들의 관심은 고정형과 변동형 대출 사이에서 어떤 선택지를 고르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 시점에서는 고정금리가 유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변동금리가 더 나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미국과 한국이 금리를 더 올리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 하락을 기대하며 변동금리 상품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는 고정금리를 선택하느니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변동금리가 낫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은행권 신규 가계대출 변동·고정금리 비중 추이를 보면 기준금리 하락 시기 변동금리 비중이 높아지는 양상을 보여왔다. 2019년 53%이던 변동금리 비중은 저금리가 본격화한 2020~2021년 70~80%까지 치솟기도 했다.
다만 최근 몇년간 금리 변동성이 워낙 컸던 점을 감안하면 고정금리가 그래도 안전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은 금융시장 변동성이 심하고 점점 예측이 어려워 어떤 게 유리할지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금리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다면 고정금리를 택하는 차주들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에 나서기 시작하면 변동금리 선호 현상이 다시 재현될 것"이라며 "섣불리 판단하는 것 보다 확실한 시그널을 기다리는 게 안전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지난주 "신규 대출금리는 지속해 하락하는 추세이며, 잔액 기준 금리 상승세도 크게 둔화하는 모습"이라며 "신규 대출금리 하락 효과가 잔액 기준에 반영되는 데 일정 기간 소요되는 점 등을 감안하면 잔액 기준 금리도 시장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지 않는 한 2·4분기 중 하향 안정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