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경쟁력 확보 위해선 개선 불가피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중소기업계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현실적인 노동 시스템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24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근로시간 감소와 높아질 대로 높아진 최저임금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요구사항이 정쟁과 엮여 개선 시도 전부터 삐걱대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이미 여러 번 근로시간 감소를 문제로 지적해 온 바 있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0월 5~29인 제조업체 4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5~29인 제조업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활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주52시간 초과기업의 10곳 중 9곳 이상(91.0%)은 추가연장근로제를 사용 중이거나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근로시간 감소에 따른 기업의 애로사항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시적인 업무량 증가에 대해선 근로시간 유연화 등 대응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중기중앙회는 지난 4일 근로시간 개편에 대해 “중소기업들은 급격한 주52시간제 도입 이후 납기준수가 어려워지고 심지어 일감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며 “일시적인 업무량 증가에 합법적으로 대처하려면 근로시간 유연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하지만 근로시간 개편안은 아직 계류 중이다. 고용노동부는 입법예고 기간 마지막 날인 지난 17일 최종 입법안을 내야 했지만, 추가로 내달 국민 6000명 설문조사와 심층면접을 거친 후 오는 9월 정기국회까지는 개편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장시간 근로 우려 등으로 여론이 심상치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주69시간제 폐기’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협상 역시 순탄치 않다. 폭등하는 물가를 반영해야 한다는 노동계와 경영난이 심화될 것이라는 경영계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노동계는 내년 최저임금으로 시급 1만2000원을 요구한 상태다. 올해 최저임금인 시급 9620원보다 24.7% 인상된 금액이다. 현재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해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201만580원이다.
경영계는 노동계의 요구대로 인상한다면 월급 250만8000원이 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의 여파와 글로벌 경제 침체 등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를 시사하듯, 지난 18일 최저임금위원회의 첫 전원회의엔 노동계의 공익위원 사퇴 촉구 농성에 이어 공익위원들이 불참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통상적으로, 첫 전원회의는 근로자위원 9명·사용자위원 9명·공익위원 9명으로 구성된 위원들이 인사를 나누는 자리로 알려졌다. 올해는 최저임금위원회 시작부터 첨예한 갈등이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실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이미 최저임금 추가 인상을 버텨낼 여력이 없는 상태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주 5일 하루 8시간 근로자 중 하루는 8시간 근무한 것으로 보고 임금(주휴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소상공인연합회 역시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이미 실제 시급은 1만1544원이라며 주휴수당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속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현장에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제기되는 근로시간과 최저임금, 인력난 등 기업의 생명에 직결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며 “하지만 관련 법안들이 정쟁에 휘말리며 법안 제출조차 쉽지 않은 상황인데, 하루빨리 양측의 의견차를 최소화하고 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