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관계 악화 시 경제 전반에 악영향
'차세대 시장' 중동·동남아 각광… 현지 리스크 대비해야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미국과 중국이 해외 제품 수입 규제를 통해 자국 우선주의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국내 산업계가 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았던 만큼, 정부와 기업계가 특정 품목·국가에 편중된 수출구조를 적극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는 특정 국가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고, 품목 또한 특정 분야에 지나치게 치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국의 수출 대상 국가 집중도는 1019.0포인트, 세계 10대 수출국(평균 1214.7포인트) 중 캐나다(5734.4포인트)주3)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고 밝혔다. 이는 우리나라 수출의 약 40%가 중국(수출 비중 24.5%, 2020~2022년 평균)과 미국(15.2%)에 쏠려 있는 상황이 반영된 결과다. 한국의 전체 수출 대비 수출 상위 5개국에 대한 수출 비중은 58.6%다.
특히 과거 ‘사드 배치’ 문제로 현재까지도 지속적인 외교적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것이 문제로 꼽힌다. 역사적 문제로 사업 지속성을 보장하기 어려운 일본과의 수출 의존도도 높은 편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의하면 올해 2월을 기준으로 일본 수출 점유율은 4.7%로 중국(19.7%), 미국(18.0%), 베트남(8.1%)에 이은 4번째다.
또 한경원이 한국무역협회 통계와 UN의 국제무역 통계를 활용해 주요 국가들의 수출 품목 집중도를 계산한 결과, 한국은 779.3p으로 세계 10대 수출국(평균 548.1p)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수출 품목을 비중별로 살펴보면, 전기장치·기기(2020~2022년 평균 20.2%), 자동차(10.5%)로, 특정 품목 의존도가 유난히 높은 편이다.
문제는 최근 미국과 중국이 해당 품목과 관련된 산업 보호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반도체, 전기차 등의 ‘현지 생산’을 강조하며 해외사 공장을 자국내에 설치할 것을 유도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 전기차 산업 육성을 위해 해외사에 대한 혜택을 줄이고, 국산 기업에 특혜를 주고 있다.
과거 값싼 인건비와 외국기업 특혜로 러브콜을 받았던 중국의 장점이 사라지고, 전통적인 우방국이었던 미국마저도 자국 이익을 우선시하는 등 각종 대외 환경 변화로 수출국 다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온 것이다. 한경연 관계자는 “한국처럼 특정 품목 및 국가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대외 환경 변화로 인한 수출 충격을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시점에 맞춰 국내 기업들은 새 먹거리로 ‘식품’과 ‘바이오’를 선정하고, 중동과 동남아를 차세대 시장으로 선택했다. 현재 롯데와 오리온 등 식품·유통기업은 베트남 현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대웅제약과 HK이노엔은 인도네시아에 국산 신약 시장을 개척하는 중이다. 정부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방한과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 에미리트 순방을 계기로, 최근 국내 경제인과 중동 내 유력 인사들의 만남을 적극 주선하고 있다.
다만 동남아와 중동도 자국 내 중앙 정부의 입김이 강한 만큼, ‘제 2의 중국’이 되지 않기 위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도네시아 내 외국계 농산품 유통사에서 근무하는 P씨는 “외국기업을 유치해 특정 분야 산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진입하면 갑작스러운 규제를 내세워 자국 기업을 그 자리에 채워넣는 사례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두바이 무역공사직원 C씨는 “중동 현지인은 기본적으로 ‘비이슬람교도’에 대한 배타주의가 강한 편이다. 지금이야 중동에 없는 기술을 외국기업이 갖고 있으니 묵인하고 있지만, 향후 중동이 산업 기반을 갖추면 현지 정부가 국민 정서를 핑계로 ‘이교도’ 기업들을 배척할 가능성이 높다. 이슬람교에 대한 진정한 이해가 먼저 형성돼야 중동 사업 지속성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