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새 판로 확보 노력에도 수출 전반 악화
중소기업 경쟁력 아이디어 탈취‧도용에 몸살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국내 수출 산업이 무너지고 있다. 특히 대내외 환경 변화에 취약한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최우선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본과 중국 등 인접국과의 교역은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와 석유화학 등 수출 주력 품목은 하락세를 나타냈다. 국내 기업들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입장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수출 감소세는 7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4월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23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다. 품목별로는 승용차(58.1%), 선박(101.9%) 등의 수출은 늘었다. 하지만 반도체(-39.3%), 석유제품(-25.3%), 무선통신기기(-25.4%) 등의 수출액은 큰 폭 감소했다.
무역수지는 작년 3월부터 지난달까지 13개월 연속 적자를 나타냈다. 대중 무역수지는 작년 10월부터 6개월 연속 적자였다. 구체적으로 무역수지는 41억39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으며, 대중 무역적자가 19억9600만달러로 48.2%에 달하는 비중을 차지했다. 중국과 교류를 시작한 이후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과의 교역에서 적자를 보는 이유로는 중국 내 산업의 발전이 꼽힌다. 현재 중국은 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 제조업종의 자급률이 높아졌다. 실제 중국 전체 수입 중 한국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5년 기준 13.9%였지만, 현재 11.2%로 주저앉았다. 스마트폰과 자동차 등 최종소비재도 비중도 급락했다.
중국뿐 아니라 일본과의 교역도 뇌관이다. 윤석열 정부는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지만, 근본적인 문제로 꼽히는 적자구조는 해결하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일본 시장은 내수에 충실하다는 것이 특징이고, 자체 기술력까지 갖췄기 때문에 대부분의 한국산 제품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면서 “오히려 한국에서는 일본이 가공한 제품을 활용하는 사례가 많아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적자를 개선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과의 무역적자는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일본과의 교역에서 발생한 적자는 241억달러(전체 3위)로 집계됐다. 1‧2위를 차지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호주는 주요 원자재인 원유, 석탄 및 철강 등을 거래하기 때문에 적자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사실상 일본 시장과의 거래는 일방적이라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위기 극복을 위해 국내 기업들의 역량을 강화를 주문한다. 특히 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을 키워야 대기업도 힘을 얻을 것이라는 게 골자다. 중소기업들이 연구개발(R&D)를 통해 자체 기술역량을 키우면 대기업도 이를 활용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의미다.
중소기업들의 성장을 도모하려면 국내 산업계의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기술 및 아이디어 탈취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그간 대기업이 하청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빼앗거나 모방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술탈취를 넘어 아이디어를 활용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중소기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의 투자를 받기 위해 아이디어와 비전을 공유하면, 대기업이 이를 활용해 사업을 전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공개적인 인수합병(M&A)을 거치지 않고 법적 강제력도 기존 기술탈취보다 적은 만큼 악용하기 수월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의 성장을 위해 투자를 받는다고 하지만, 이러한 사례가 나타날수록 혁신 아이디어와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들은 점차 의지를 잃을 것”이라며 “수출 부문 지표가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상황 속 내수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선행하지 않으면, 국내 산업계의 경쟁력은 계속해서 뒤떨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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