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수지 13개월 연속 적자…산업계, ‘속앓이’ 속 해법 마련 고심
매일일보 = 김원빈 기자 | 대중(對中) 수출액이 감소하자 한국 경제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대중국 수출액 하락으로 연일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새로운 수출 시장도 발굴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24일 관세청 등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의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23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1.0% 감소한 수준이다. 무역수지는 41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조업일수는 15.5일로 작년과 동일해 일평균 수출액으로도 감소 폭이 같았다.
국가별로는 베트남(-30.5%), 중국(-26.8%), 일본(-18.3%) 등의 순으로 수출이 감소했다. 반면, 미국(1.4%), 유럽연합(EU) (13.9%) 등으로의 수출은 증가했다. 대중국 수출은 1∼10일 대미 수출액에 미치지 못했지만 해당 기간 실적(63억달러)으로는 다시 대미 수출액(59억달러)을 앞서게 됐다.
같은 기간 무역수지는 41억39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대중 무역적자는 19억9600만달러로 절반 수준을 차지했다.
무역수지는 작년 3월부터 지난달까지 1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대중 무역수지는 작년 10월부터 6개월 연속 적자다.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누적된 무역적자는 265억84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연간 무역적자(478억달러)의 55.6%에 달한다.
한국 수출을 책임지던 주요 품목의 수출 감소세도 뚜렷하다. 반도체(-39.3%), 석유제품(-25.3%), 무선통신기기(-25.4%) 등 수출액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반면, 승용차(58.1%), 선박(101.9%) 등 수출은 호조세를 보였다.
수입액도 줄었다. 이 기간 총 수입액은 365억900만달러를 기록했다. 품목별로는 가스(2.5%), 반도체 제조장비(47.2%) 등의 수입이 증가한 반면 원유(-37.2%), 석탄(-20.2%) 등의 수입은 감소했다. 국가별로는 중국(2.1%), 유럽연합(4.8%) 등에서의 수입은 소폭 증가했지만, 미국(-12.3%), 일본(-14.5%), 사우디아라비아(-32.9%) 등은 감소했다.
산업계에서는 한국의 수출 상황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장기간 한국의 ‘주요 고객’이었던 대중국 무역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과의 무역 역시 여전히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도 고민을 더하고 있다.
미국과 EU 등에서의 수출은 소폭 증가하고 있지만, 대중국 무역 악화를 만회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호소다.
업계는 이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중소기업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과 원활한 경영 환경 조성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도 정부 각 부처가 산업군에 따른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중소기업 수출 경쟁력 재고’라는 본질적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중소기업이 간접수출 등의 형태로 대기업 수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국내 수출 생태계의 특성상, 중소기업 경쟁력 재고가 곧 수출 실적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여기에 근로시간 감소·외국인 노동자 확보 등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근로시간과 관련한 다양한 논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경영 환경에 부합하는 제도 개선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게 산업계의 변(辨)이다.
새로운 수출 시장 개척에 대한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정부는 과도한 대중국 수출 의존도를 극복하기 위해 각 기업이 다양한 수출 시장을 개척하도록 적극 장려하고 있다. 최근 무역 환경이 개선된 일본을 비롯해 아랍에미리트(UAE) 등의 중동 국가가 새로운 수출 시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미·중 패권경쟁에 비교적 영향을 적게 받을 수 있는 안정적인 수출 시장 확보의 필요성이 연일 점증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