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서야 대한민국 사회가 주목하고 있는 이슈가 있다. 바로 '전세사기' 혹은 '깡통전세' 사건. 이 전세사기 피해가 처음 세상에 알려진 것은 지난해 7~8월경이었다. 건축왕 남모씨라고 불리는 건축업자가 인천 미추홀구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 신축빌라, 나홀로아파트, 오피스텔 등을 짓고 주변 공인중개업자와 결탁하여, 시세를 속이고 임대인 명의를 계약 후 변경하는 등의 전세보증금 편취 목적으로 벌인 범죄행각이었다.
물론 인천 미추홀구 뿐만이 아니라 이와 비슷한 유형의 전세사기가 서울, 경기, 부산 등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렇게 한순간에 나의 전세보증금을 도둑맞아 버린 임차인들은 서로 힘을 모아 정부에, 정치권에 구제를 요청했다. 그러나 당시만 하더라도 그 어느 한 명이라도 제대로 그들의 의견을 들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가두시위를 하고, 국회의원을 찾아가 보고, 정부부처 관계자를 만나도 정부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고, 정치권은 정말 소수 정치인들을 빼고서는 다들 쉬쉬했다. 그렇게, 사람이 죽었다.
나와 같은 20대, 30대 청춘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희망이 없어서 스스로 삶을 포기했다. 집이 경매로 넘어가더라도 낙찰을 통해 자신들의 보증금은 변제받을 수 있겠지 했을 것이다. 최소한 우리 사회에 그러한 장치는 다 있으니까. 하지만 보증금이 변제 기준보다 높다는 이유로 최우선변제를 받지도 못했다. 그것도 터무니 높은 차이도 아니었다. 결국 현실과 맞지 않는 제도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 한번 열심히 살아보려고 아등바등 악착같이 모아 작은 전셋집 하나 장만한 것이다. 그런데 어느 한순간 재산은 날아가 버렸다. 그래서 돈이 없어 부모님께 2만원을 빌려달라며 혹은 죽기 직전까지도 야근을 해가며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을 것이다.
정부에게 물어보고 싶다. 왜 이들이 죽어야 했는지. 이들의 죽음에 과연 이 글을 쓰고 있는 본인을 포함한 정치인들 중에 책임이 없다 말할 수 있는지. 정부가 왜 존재하고 있는가. 정치는 왜 존재하고 있는가. 사람이 죽어나감에도 범죄행위를 당한 피해자임에도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는 제대로 된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아니,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들이 그렇게 원하던 요구사항들은 절차니, 예산이니 하는 말로 들어줄 수 없다고 한다. 심지어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을 정부가 구제해 주는 것을 선례로 남길 수는 없다는 식의 국토교통부 장관의 말은 결국 피해자들은 그들에게 귀찮고 어리석은 존재라고 생각하는 그 인식이 이미 드러난 것이다.
이러한 정부가 왜 필요가 있나. 범죄를 저지른 사기꾼들은 아직까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고 있다. 그런데 피해자들에겐 인내를 요구한다. 손해를 감수하라고 한다. 혈세 낭비라고 생각하는 정부는 반성해야 한다. '피 같은 세금'은 초부자 감세니 대통령실 이전이니 하는 쓸데없는 곳에 쓰는 것이 아니라, 지금처럼 '피눈물 흘리고 있는 국민'에게 쓰는 것이다.
대통령과 정부에게 요구한다. 전세사기 피해를 '사회적 재난'으로 공식적으로 선포해달라. 이는 단순한 개인 간의 사적 채권 문제가 아니다.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정부와 정치권의 부족함으로 인해 발생한 참사이고 재난이다. 정부와 여당은 피해자분들이 원하는 요구안 그대로 수용하여 신속하게 대책을 진행해가라. 더 이상 사람이 죽었다고 허겁지겁, 주먹구구식 대책은 진정성이 없는 '정치적 무능 쇼'는 그만 보고 싶다.
국정운영에 반드시 '사람'이 있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더 이상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피해자분들이 없길 바라며,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