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삼현 교수 "노조 불법 행위 합법화 취지, 야당 입법 폭거"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국내 대기업들이 노사 관계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가운데 노동조합의 불법 파업에 대해 책임을 묻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일명 '노란봉투법'이 이달 임시 국회에서 직회부 수순을 밟게 될 전망이다. 재계는 반기업적 입법 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본회의 직회부를 통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안(노란봉투법)을 이달 내로 처리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라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란봉투법은 과거 월급을 노란색 봉투에 담아줬다는 점에 착안해 사측으로부터 손해배상 가압류를 당한 근로자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는 의도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이는 2009년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구조조정에 반발해 77일 간 벌인 파업에 대해 법원이 노조에 대해 47억원을 물어주라는 판결을 내린 후 한 시민이 성금을 전달하기 시작한 이후 시민 참여 캠페인으로 확대됐다.
해당 법안은 노조의 폭력 또는 파괴 행위로 인한 손해를 제외하고 노동 쟁의 탓에 생겨난 손실에 대해서는 회사 측의 손해 배상 청구를 제한함을 골자로 한다.
또한 근로 계약의 형식과 무관하게 근로자의 근무 조건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력이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로 사용자의 법적 개념을 확대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협력사 근로자들이 일감을 제공하는 원청 회사와 직접 교섭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노조의 파업 권리를 강화하고, 교섭 대상자의 범위도 확대한다는 점에서 한국노동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총연맹(민주노총) 모두 해당 법안 통과를 강하게 지지하고 있다.
정부는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헌법·민법에 어긋나고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며, 노사 갈등 확대를 조장할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만 민법상 손해 배상 원칙의 예외를 인정한다"며 "공동 불법 행위자 모두에게 배상책임을 지도록 해 피해자 배상을 우선하는 대법원 판례와 충돌해 법치주의의 근간을 뒤흔들 것"이라고 언급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당 노동 행위나 임금 체불 등 사법적으로 풀어가야 하는 분쟁조차 노동 쟁의 대상으로 끌어들여 노사 갈등이 더욱 빈번해질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고용정책팀도 지난해 10월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재판청구권·평등권을 침해해 위헌 소지가 있고, 기존 노조법 내에서도 법리가 충돌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노란봉투법은 '노동 쟁의'의 개념을 근로 조건 외에도 '노동 관계 당사자 사이의 주장의 불일치로 인한 분쟁'도 추가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노사 간 이견이 있으면 파업이 허용되기 때문에 △자동화 설비·신기술 도입 △임직원 인사 △순환 배치 △공장 이전 등 경영권도 이론상 파업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란봉투법은 하도급 관계가 불가피한 조선·건설·제조 등 국내 주력 산업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표적인 노동 집약적 산업임과 동시에 경기에 민감한 업종으로, 하도급 활용 부담이 커지면 해외 협력 업체 활용 또는 생산 시설 해외 이전 유인이 커지고, 관련 산업 경쟁력마저 약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노조의 불법 행위를 합법화 하겠다는 것이 노란봉투법의 취지인 만큼 입법 목적 자체가 부당하다"며 "근로자의 권리는 관련 법률이 보장하는데 다수를 점하는 야당이 폭거를 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