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파업 투쟁 거부감 없다”… 성과급 쟁취 의지 보여
‘실적 회복’ 한국지엠·르노도 임금인상 팽팽한 기싸움 전망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반도체 수난사를 거쳐 호실적을 기록 중인 완성차업계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을 둘러싼 극심한 진통이 예상된다. 노동조합은 호실적에 걸맞은 요구안 관철에 강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어 사측의 부담이 커지는 양상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오는 24일 임시 대의원 대회를 개최해 올해 임금교섭 제시안을 마련한다. 노조 측은 제시안을 사측에 발송한 뒤 내달 10일경 임단협 상견례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 임단협의 최대 쟁점은 '정년연장'이다. 그동안 노조는 지속적으로 정년 연장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번번이 수용 불가 입장을 냈다. 하지만 올해는 노조가 쉽사리 물러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노조 내부적으로 역대급 실적 달성에 부합하는 합의안을 마련하겠다는 각오가 지난 4년과는 다르다는 분석이다.
노조 한 관계자는 "4년간 (임단협이) 무분규 타결됐지만 (올해는) 단체협상 진행 상황에 따라 파업도 불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최대 실적에 이어 올 1분기에도 역대 분기 최대치를 경신했다.
실제 최근 현대차 노조 소식지에서 발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단체협상을 어떻게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노조 간부 70% 이상이 ‘파업투쟁을 해서라도 요구안을 쟁취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또 ‘올해 단체교섭에서 가장 시급하게 제도 개선해야 할 의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66.9%가 ‘정년연장’이라고 답했다.
정년연장 요구는 임단협 쟁점 중에서도 매우 까다로운 사안으로 꼽힌다. 전 세계가 추진 중인 전기차 전환은 필요 인력 감소가 불가피하고 높은 청년 실업률도 간과할 수 없다. 현대차의 직원수를 고려할 때 산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해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노사 간 접점을 찾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현대차는 만60세가 정년이지만 숙련재고용 제도로 1년 연장 근무가 가능한 상황이다.
현대차 노조는 정년연장뿐 아니라 기본급과 성과급 부문에서도 큰 폭의 인상률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기아도 마찬가지다. 양사는 올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이 창사 이래 최초로 6조원을 돌파했다. 기아 노조는 내달 임단협에서 정년연장과 성과급 인상 등을 사측으로부터 반드시 받아내겠다는 입장이다.
기아 노조는 최근 노조지를 통해 “최대 실적에 걸맞은 최대 임금과 최대 성과금 쟁취를 최우선으로 요구안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노동조합답게 승리하는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판매량을 회복한 국내 중견 3사도 임단협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GM 노조는 최근 회사가 9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만큼 성과금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GM은 지난해 매출 9조102억원, 영업이익 2766억원을 기록했다. 회사는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등 주력 모델의 인기에 힘입어 공장 가동률도 100%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코리아자동차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 1848억원을 기록해 흑자로 돌아섰다. 르노코리아는 지난해 임단협을 4년 만에 무분규로 타결했지만 역대 임단협에서 진통이 잦았던 만큼 안심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사측이 지난해 임단협 다년 합의를 제안해 노조가 크게 반발한 일도 있었다. 다만 노사가 내년에 출시될 하이브리드 신차 준비를 위해 적극 협력한다는 방침을 세운 만큼 올해는 무난히 지나갈 거란 관측도 나온다. KG모빌리티의 경우 지난해 법정관리를 졸업하기 전까지 장시간 허리띠를 졸라맨 직원들에 대한 보상 규모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KG모빌리티는 자구안을 통해 올 6월까지 전 직원 대상으로 20여개 복리후생 중단하고, 직원 임금을 20% 삭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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