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안광석 기자 | 한국인과 부동산은 영혼의 단짝이다.
각종 통계를 봐도 미래를 책임질 20·30대 청년층이 가장 이루고 싶은 꿈은 단연 내 집 마련이다. 40·50대 중장년층은 물론 60대 이상에게도 소유한 집과 땅값 변동 여부는 가정 내 최대 화두다. 심지어 조선시대에도 아무개는 한양 도성에 집을 마련할 길이 아득하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다. ‘부동산 불패’ ‘부동산 공화국’ ‘집값은 오늘이 제일 싸다’ 등의 수식어가 괜히 붙은 것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부동산과 한국정치는 밀접하다. 사실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 메인동력은 정책이 아닌 금리 등 외부변수다. 그럼에도 정치인들이 선거 때마다 부동산 정책을 적극 이용하는 것은 한국인들의 속성을 알기 때문이다. 부동산에 ‘정책’이 아닌 ‘정치’가 개입된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유권자들은 우수수 떨어져 나간다. 역대 선거캠프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다른 공약은 제쳐두고서라도 부동산에 심혈을 기울였던 이유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 이후 들어선 문재인 전 정부가 실패작 취급을 받는 것도 부동산 정책에 실패하면서 민심이 이반됐기 때문이다. 예컨대 선거철 때마다 항상 등장하는 구호는 ‘수도권 표심을 잡아라’이다. 지난 2022년 20대 대선 향방도 수도권 표심이 갈랐다. 국내 인구 절반이 서울·인천·경기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국내 인구 절반이 왜 수도권에 몰려 있는가. 수도권과 비수도권간 집과 땅값을 비교하면 자연 답이 나온다. 모두가 수도권 불패를 외치는 와중에 집값을 잡는답시고 무리하게 보유세 등 세금을 늘리니 서울 강남 등 부촌 인구들은 문재인 정권 ‘불호’를 고수했다. 이들은 대부분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보수층이라 한 수 접는다고 해도, 진보정권 표밭이자 무주택자가 과반수인 나머지 수도권 지역 20·30대도 등을 돌렸다. 시황 침체에 부동산 하락 추세라는 글로벌 지표와 야당 주장을 무시한 무분별한 규제가 오히려 시장 내성을 키우고 집값까지 키웠다. 그 결과가 정권 교체였다. 철 지난 전 정부 얘기를 굳이 꺼내는 것은 윤석열 정부에서도 비슷한 독선의 편린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천신만고 끝에 전세사기특별법이 통과되기는 했지만, 1분 1초가 급한 상황에 한 달이라는 시간이 허비됐다. 그 사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전세사기 피해자도 추가로 발생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