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TF 만료 앞두고 경영-노동계 입장 첨예하게 갈려
매일일보 = 이소현 기자 |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을 둘러싼 갈등의 불씨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법 시행 1년 6개월을 앞두고도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최근에는 실형 선고까지 나왔다. 관련 법안 유무에 대한 찬반론이 팽팽히 갈리는 가운데, 중처법 실효성을 두고도 의견이 분분해 제도 안착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산하 '중처법 개선 태스크포스(TF)' 활동이 이달 말 완료될 예정이다. 해당 TF는 형사 및 산업안전·경제법 전문가 8인으로 구성돼, 올해 1월 발족했다. 하지만 각 사안에 대한 쟁점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중처법을 둘러싼 상황은 최근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지난 2022년 3월 경남 함안의 한국제강에서 60대 노동자가 숨진 사건을 두고, 재판부는 한국제강 대표이사 B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중처법으로 첫 실형(법정구속)을 받았다. 노동계는 이를 '고무적'이라고 평가한 반면, 경영계는 과도한 처사로 보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중대재해에 취약한 건설기업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분기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 128명 중 65명(51%)은 건설업에서 발생했다. 한 중견사 관계자는 "안전관리는 투자를 많이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 개개인의 의식도 중요하다"면서 "현실적으로 100% 예방하기는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건설업계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를 통해 공동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경총은 지난 5월 정부에 건의서를 제출하고, 중처법 개선을 위한 입법에 속도를 낼 것을 요청했다. 핵심 쟁점은 △경영책임자의 정의 △법이 적용되는 사망자의 수△원청·하도급업체의 책임 분담 △중소기업 적용시기 유예 △형사처벌 규정 완화 등이다.
이들은 법정형이 최소 징역 1년 이상으로 너무 무겁고, 경영책임자가 기업 대표인지 또는 행정 실무자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봤다. 또 예방 아닌 처벌 중심의 정책에 실효성이 있는지도 문제 삼고 있다. 기업들이 처벌을 피하기 위한 서류 작업과 법률 고문 선임 등에 집중하면서, 정작 중요한 안전 인력 확충에는 소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소건설사들은 건설업황 악화로 인해 이미 내상을 입은 상황이다. 하도급 체계 및 최저가 입찰 제도가 개선되지 않은 가운데, 중처법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재 같은 경우 공사비가 예전보다 훨씬 더 박한 상태"라며 "대부분 저가 수주로 진행되는 부분이 있고 업체들끼리도 경쟁이 붙다 보니, 안전 관리 비용을 늘리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측면이 크다"고도 했다.
반면 노동계는 강도 높은 처벌을 주문했다. 이들은 중처법과 유사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보고, 그 이유를 낮은 영형에서 찾았다. 산안법의 재범률은 2017년 기준 다른 범죄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것보다 법정에 서는 게 더 저렴하다"는 인식이 생겼다는 지적이다.
대법원이 산안법 관련 양형 기준을 높인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그전에는 행정관리자를 주로 처벌했고, 그 수위 또한 집행유예와 벌금형 등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중처법의 효과를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는 중처법 이후로도 사망자 수가 줄어들지 않은 점을 지목했다. 법 실행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2년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의 사망자는 지난해 256명으로, 전년 248명보다 8명(3.2%) 증가했다.
다만 효과가 있다고 보는 이들은 공사 현장이 늘어난 점을 지목했다. 한 건설업 전문가는 "물론 앞으로는 감소하겠지만 작년과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건물을 올리고 돌아가고 있는 현장들이 많다"면서 "늘어난 현장에 비하면 안전사고 건수가 비슷하니, 뒤집어 보면 만인율(노동자 1만명당 사망자수)은 감소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