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견제받는 中, 유럽서 활로… 작년 유럽 시장 점유율 2배 가까이 확장
LG엔솔 폴란드, 삼성SDI·SK온 헝가리 공장 확대… SK·롯데, 소재분야 투자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인터배터리 유럽 2023’을 통해 중국의 유럽 굴기를 맞받아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14~16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인터배터리 유럽 2023’에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엔켐, 한솔케미칼 등 국내 주요 배터리 기업 60여곳이 참가한다.
인터배터리는 2013년 시작된 국내 배터리 전문 전시회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코엑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공동 주최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 회장은 현재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맡고 있다. 이번 인터배터리 유럽은 해외에서 열리는 첫 행사다. 빠르게 성장하는 유럽 배터리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마련됐다.
최근 유럽 배터리 시장은 북미보다 조명을 덜 받았다.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탄소배출 규제안 등으로 북미 배터리 시장에 국내 배터리 업계 투자가 집중되면서다. 하지만 유럽은 북미에 뒤지지 않는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매킨지에 따르면 EU(유럽연합)는 2030년 전세계 배터리 수요의 23%를 차지해 중국(43%)에 이어 2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히려 유럽이 북미보다 잠재력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제약으로 북미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중국은 유럽에 힘을 쏟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은 중국을 배제한 배터리 공급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EU는 중국 기업 투자 유치에도 개방적”이라고 분석했다. 싱크탱크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와 로듐그룹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발표한 유럽 투자규모는 175억달러(23조1000억원)에 달한다. 중국 대표기업 CATL은 헝가리에 유럽 최대 규모의 배터리 공장 건설을 계획 중이다.
실제 유럽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은 우리나라를 무섭게 쫓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한국의 EU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2020년 68.2%에서 지난해 63.5%로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 중국 점유율은 16.8%에서 34.0%로 2배로 늘어났다. 2025년에는 유럽에서 중국 배터리 생산량이 우리나라를 추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우드매킨지는 2025년 유럽 중국 배터리 생산능력(264GWh)를 기록해 한국(232.5GWh)를 추월할 것으로 관측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유럽에서 현지 공장을 돌려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LG엔솔은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세계 최대 생산능력(연 70GWh)을 갖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돌리고 있다. 2025년까지 추가로 45GWh를 늘린다. 삼성SDI는 30GWh 헝가리 배터리 공장을 2025년까지 40GWh로 확장한다. SK온도 현재 17.5GWh 생산능력의 헝가리 공장을 2024년까지 47.5GWh로 대폭 늘릴 계획이다.
국내 배터리 소재 업체들도 유럽 현지 공장을 돌리고 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폴란드 법인을 설립해 지난 2021년 유럽 내 최초의 리튬이온 배터리 분리막(LiBS) 생산공장을 구축, 제 1공장을 운영 중이며 제 2~4공장 증설을 진행 중이다. 오는 2024년 제 4공장까지 완공 예정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룩셈부르크, 스페인에 현지 공장을 가동 중이다. SK넥실리스도 폴란드 공장을 건설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