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유통업계가 캐릭터 마케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캐릭터를 통해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물론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투자해 마케팅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MZ세대를 넘어 구매력을 갖춘 키덜트(어린이와 같은 취향을 가진 어른)까지 캐릭터 상품 시장 큰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는 자신의 니즈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디깅 소비’ 트렌드가 확산한 데 따른 결과로 보여진다.
현재 캐릭터산업은 장밋빛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캐릭터산업 매출액은 지난해 13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6년(11조661억원)과 비교해 15% 가량 성장한 수치다. 올해에는 20조원을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2 캐릭터 산업백서’에 따르면, 10명 중 4명 꼴로 주1회 이상 실물 캐릭터 상품을 구입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접근성이 뛰어난 디지털 캐릭터 상품의 구매 빈도는 더 많았다. 응답자 중 약 60%가 주 1회 이상 구매 경험자로, 거의 매일 디지털 캐릭터 상품을 산다는 응답자도 23% 수준이다.
유통업계에선 보편적인 마케팅 방식을 탈피하기 위해 제품 기획 초기 단계부터 캐릭터를 핵심 요소로 활용하고, 최근에는 대체 불가능 토큰(NFT), 지식재산권(IP), 가상모델 등에 이르기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롯데홈쇼핑의 ‘벨리곰’은 국내 캐릭터 열풍을 선도하며 독자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해 3월 탄생한 벨리곰은 스포츠웨어, 베이커리, 팝업스토어 등을 기업 컬래버을 통해 이색 굿즈들을 내놓고 있다. 초기 10여 종에 불과했던 현재 종류도 100여개로 불어났다. 굿즈 누적 매출액 50억을 넘어섰다. 벨리곰은 지난해 대체불가능토큰(NFT)으로도 발행돼 매진 사례를 이뤘다.
벨리곰은 두바이, 뉴욕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달 13일부터 사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된 세계 최대 규모의 ‘라이선싱 엑스포 2023’에 참가해 대세를 입증하기도 했다. 벨리곰 유튜브 채널 구독자 중 약 40%는 해외 구독자로, 벨리곰 굿즈 수출을 통해 전세계적 캐릭터로서 영향력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LF는 국내 패션업계 최초로 여성 가상 모델을 ‘나온’을 선보였다. 이름은 ‘세상의 중심은 나’라는 의미를 가졌다. 자유롭게 보여줄 수 있는 버추얼 모델의 특징을 살려 LF 브랜드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을 마련해 색다른 나온의 스타일을 연출하겠다는 복안이다.
지난달부터 LF몰의 공식 앰버서더로 발탁된 나온은 브랜드 6곳과 협업해 디지털 화보를 공개했다. 최근에는 올 여름 패션 트렌드를 소개하는 디지털 콘텐츠에 전격 출연했다. △바비코어 △블록코어 △시티 바캉스 △테니스 등의 최신 트렌드를 제안하고 화보 활동에도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가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고 자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수단으로 캐릭터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며 “수요층도 다양해지면서 ‘각인 효과’을 기대한 캐릭터 마케팅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