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바이오協, '韓-美 민간외교' 구심점 역할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내수 시장 침체가 지속하자 글로벌 진출이 대안책으로 꼽히고 있다. 정부는 기업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 해소를 천명하는 한편, 기업계 협회는 외교 사절단 역할을 자처하며 교류에 힘쓰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은 기업계가 겪는 애로사항을 적극 청취하고, 규제 해소를 통해 수출을 독려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우선 중기부는 중소기업 수출을 저해하는 장애물을 걷어내 수출증대로 이어지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최근 이영 장관은 핵심규제를 100개 선정해 하나씩 해결하는 ‘규제 뽀개기’로 개혁에 속도를 높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규제 개혁이 선행되는 분야는 바이오, 메디컬, 모빌리티다.
중기부는 첫 번째 규제뽀개기 주제인 생명공학(바이오) 분야에 대해 “생명공학(바이오)건강(헬스) 산업에서 혁신 창업기업(스타트업)들이 많이 배출되고 있고, 고용 창출효과가 큰 우리나라 미래 성장동력이라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세부적으로는 착용가능(웨어러블) 의료기기, 디지털 치료기기, 화상투약기 등 총 6개 분야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대기업의 주력 산업인 제조 의약품이 아닌, 벤처 플랫폼 비율이 높은 비대면 진료 법제화 및 연구소 위주의 첨단 의료기기 수출 활성을 도모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모빌리티와 바이오는 글로벌 트렌드인 인공지능 등 딥테크 산업과도 관련이 깊은 만큼, 규제에서 벗어난 관련 기업들이 세계적인 경쟁력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식약처는 글로벌 사회에서 나날이 입지가 높아져 가는 의료기기의 수출 증대를 위해 규제 해소에 착수했다. 지난해 의료기기 생산액은 15조 7374억원로 2021년 대비 22.2% 증가해 역대 최고로 성장했다.
식약처는 국산 디지털의료기기의 신속한 개발을 지원하고 해외시장 진출을 촉진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등 인허가 종합지원센터’를 5월 24일 개소한 상태다.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등 개발 업체를 대상으로 임상시험과 인허가 단계부터 해외시장 진출까지 제품 개발 전주기에 걸쳐 종합적인 기술지원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특히,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등 인허가 종합지원센터’를 통해 국산 의료기기의 세계시장 진출을 위해 제품 경쟁력이 있는 3개 제품군의 30개 품목에 대해 3년간 수출을 집중 지원하는 K-의료기기 메가(MEGA) 프로젝트(3․3․3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국산 의료기기의 전략적 수출 지원을 위해 인․허가 단계부터 해외시장 진출까지 제품 개발 전주기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한국바이오협회'는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미국 보스턴에서 개최된 ‘바이오USA’에서 경제 외교 사절단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내며, 미국의 산업계와 회원사들의 협력을 이끌어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미국 내 클러스터와의 교류에 중점을 뒀다. 우선 미국 보스턴·샌디에이고·콜로라도 등에서 현지 주요 기관 및 단체들과 네트워킹을 강화하고, 국내 산업의 선진 시장 진출 방안을 모색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또 샌디에이고에서 미국 ‘바이오컴 캘리포니아’와 양해각서를 체결해 미국 동부 보스턴-서부 샌디에이고 지역에 이르는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의 기반을 만들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으로 바이오 USA 2023에서 ‘한-미 라운드테이블’을 개최, 양국 기업, 산업 간 협력을 ‘바이오 민간 외교’로 격상시켰다. 해당 자리에서 양국의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 및 첨단기술산업 육성을 위해 필요한 양국 정부의 지원책, 양국 협회 회원사 간 파트너십을 위한 협업 방안 등을 논의했다.
최근 미국은 전 세계에서 영향력을 강화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글로벌 제약사들과 자국 중심 표준화를 추진 중이다. 제약바이오 시장 최장자는 미국인 만큼, 각 협회들은 미국의 행보에 발맞춰 국내 기업계의 우려를 해소하는데 앞장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한국은 미국의 80년 이상 오랜 동맹국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미국의 공급망 다변화 정책 등에 있어 우수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