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갇힌 절망 정치 이제는 끝내야"
제3지대 '인물·세력·명분' 결여 지적도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대한민국은 이제 새로운 시대로 건너가야 한다"며 신당 '한국의 희망' 창당을 공식화했다. 내년 4월 총선을 9개월여 앞두고 '제3지대'의 문이 본격적으로 열린 셈이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인물과 세력, 명분 등이 없는 신당의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다.
양 의원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 KBIZ홀에서 '한국의 희망' 창당 발기인 대회를 열고 당의 비전을 밝히며 거대 양당 체제 타파를 선언했다.
양 의원은 창당 선언에서 "거대 양당이 이끄는 정치는 그저 권력 게임이자 이권 다툼"이라며 "그들이 주도하는 정권교체는 기득권 교체일 뿐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영 논리와 부패에 빠진 나쁜 정치 낡은 정치 특권 정치를 바꾸지 않으면 새로운 시대는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라며 "어린 정치 지망생들을 데려다가 진영의 행동대장으로 세우고 이념의 총알받이로 세우는 그들에게 우리 미래를 미래 세대를 맡길 수 있단 말인가"라고 성토했다.
양 의원은 "과거에 갇힌 절망의 정치를 이제는 끝내야 한다는 국민들께 간곡히 호소한다"며 "진영의 울타리를 허물고 한국의 희망과 함께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30년 전 한국의 반도체가 일본과 미국을 넘어선다고 했을 때 모두가 헛된 꿈이라고 했지만, 겁 없이 도전해 세계 1위의 기적을 이뤄냈다"며 "불가능을 넘어 두려움을 딛고 도전하는 우리가 한국의 희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친정인 더불어민주당을 정면으로 겨냥하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양 의원은 "한국의 희망은 세계 최초로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운영된다"며 "첨단의 기술이 가진 투명성, 불변성, 안정성 그 세 가지로 돈 봉투 사태와 같은 부패를 완전히 차단하고 공천의 공정성을 확보하며 당 대표의 독선, 대의원의 과대표 등의 구태를 시도조차 못 하게 막겠다"고 말했다.
창당 취지 발제를 맡은 최진석 카이스트 교수는 "대한민국은 지금 도약하느냐, 추락하느냐의 경계에 서 있다"며 "그런데 우리 정치는 정치인들만의 리그로 전락해 대한민국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국민은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어쩔 수 없이 끌려가야만 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발기인으로는 최 교수를 비롯해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과 교수, 김성용 CR 부동산경제 대표이사, 강신우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정책보좌관 등이 참여했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현역 의원은 발기인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다만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만 참석 발기인 대회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당초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참석하기로 했지만 불참했다고 양 의원 측은 설명했다.
한국의 희망은 8월까지 창당을 완료하고 9월부터 100명 규모의 정치인 사관학교를 열며 세력 확장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날 양 의원의 '한국의 희망'의 발기인 대회를 시작으로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제3지대'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신당 창당 성공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이다. 제3지대 성공 요건이라는 상징적 대선 후보급 인사, 세력, 지역 기반 등이 결여됐다는 이유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양향자, 금태섭 두 분은 그 정도 인물(대통령급)로는 안 보인다"며 "적어도 한 100명 정도가 출마할 수 있는 분들도 보이지 않는다. 또 특정 지역 기반이거나 아니면 대단히 열정적인 분들을 지역구에서 당선시킬 가능성이 있는 세력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거론되는 분들, 특별한 가치나 명분도 보이지 않는다"며 "그 정도의 명분을 가지고 제3지대 창당에 성공하기 어렵다"고 했다.
재창당 수순을 밟고 있는 정의당도 '금태섭·양향자' 신당과 통합 내지 연대에는 선을 그었다. 이정미 대표는 전날(25일) 기자회견에서 "그분들과 신당 창당의 실체를 알지 못한다. 그들이 살아온 궤적과 정당을 선택해 온 과정을 보면 그분들과 함께한다는 것은 상당히 회의적"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