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최악의 인상률” 비판…“대정부 투쟁 강화할 것” 예고도
매일일보 = 김원빈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이 9860원으로 결정되자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날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를 통해 결정된 내년도 최저임금이 파장을 낳고 있다.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9620원) 대비 2.5% 상승하는데 그쳤다.
먼저 경영계는 3고(고금리·고환율·고물가) 복합위기와 글로벌 경제위기 등을 고려했을 때 미미한 상승 역시 기업 경영에 큰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아쉬움을 표출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기업들과 수많은 자영업자들은 내수침체에 따른 판매부진과 재고누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면서 “소규모 영세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이번 최저임금의 추가적인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으로 경영 애로가 가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경영계는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최저임금 인상률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안도감을 표하고 있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률(2.5%)은 지난 2021년(1.5%)의 뒤를 따르게 됐다.
반면, 노동계의 반발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최저임금 결정으로 노·사 및 노·정 간 갈등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우선 최저임금이 노동계 예상보다 저조한 수준으로 도출됐다는 점이 뇌관으로 작용했다. 노동단체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률이 2.5%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경악을 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면서 “2021년 당시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2019년과 2020년 가파른 인상 여파를 완화하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사실상 이번 최저임금은 물가인상률도 따라잡지 못하는 최악의 결과물”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당장 최임위에 참석한 노동자위원들은 투표 결과를 확인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과 결정 방식,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간 노동계는 최저임금 수준 외의 다양한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왔다. 가장 대표적으로 노동계는 최임위 공익위원들의 공정성에 관한 의문을 제기해왔다. ‘익명의 정부 고위관계자’가 “내년도 최저임금은 1만원 이하로 결정될 것”이라고 발언한 내용을 담은 보도 때문이다. 이에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지난 4일 제10차 최임위 전원회의에서 “최임위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상황이 해결되기 전까지는 최저임금수준 논의는 할 수 없다”라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과거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관한 문제도 노·사 간의 갈등은 물론 노동계의 불만을 고조시켜 왔다. 이 과정에서 공익위원 측이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관한 연구용역을 권고하면서 갈등이 증폭되기도 했다. 당시 민주노총 측은 “최임위의 결정사항이든 공익위원 권고안이든 공익위원의 제안은 업종별 차등적용을 통해 최저임금을 무력화하겠다는 정부에 면죄부를 주고 들러리를 서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최저임금 결정으로 노동계의 대정부 투쟁이 더욱 격화돼 사회적 갈등이 가중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한국노총은 최저임금제 취지를 재검토하고 정부의 과잉·부당간섭으로 훼손된 최임위의 자율성·독립성·공정성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윤석열 정부의 퇴진 없이는 노동자는 기본적인 삶도 영위할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라며, 이번 최저임금 결정이 앞으로의 대정부 투쟁 강화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